
신정연,‘Sound of leaves A’
큰형 동생네 우리 식구가 모여
어머니 수의를
좋은 삼베로 미리 장만하자 상의하였다.
다소 시적인 어머니 그 말씀 듣고는
그 정성 다 알지만
세상이 다 수읜데 그럴 필요 없단다.
아침 새소리도 수의였고
어젯밤 아버지가 다녀가신 어머니의 꿈이 수의였고
그까짓 죽은 몸이 입고 가는 옷 한 벌보다
헐벗은 마음이 곱게 입고 가는
세상의 아름다운 기억 한 벌이
세상 그 어떤 수의보다 더 좋은 수의라며
여유가 있다면 마당에 꽃이나 더 심으라고 하셨다.
그 말씀 후 어머니 잠든 머리 곁 여름 마당에
수국 꽃 환한 수의가 철마다 곱게 놓여있다.
김왕노(1957-) ‘수국꽃 수의’ 전문
아버지 먼저 돌아가시고 홀로이신 어머니를 위해 자손들이 모여 참 좋은 수의를 장만해 드리자고 한다. 그 마음이야 소중하지만, 죽은 뒤 입는 수의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살아있는 순간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천만 배 더 소중하다는 것을 어머니는 알고 계신다. 수의대신 마당에 꽃이나 심으라 하시던 어머니. 그 마음이 곱고 정갈하고 슬프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머리맡에 사랑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사철 고운 꽃도 피고, 창가엔 새소리도 끊이지 않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기억을 입고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더한 복은 참으로 없으리라.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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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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