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남수 ‘무제’
이타카에 한 여인이 있었지
옆방에서 그녀는 온 밤을 슬프게 울었지
어쩔 수 없이 나는 사랑에 빠졌다네
마을의 지붕마다 눈이 내려
캄캄한 모든 우울을 채워주던
눈의 이불 아래서
다음날 아침
모텔 커피샵에서 나는
여인들의 꾸민 얼굴들을 둘러보았지
웨이츄레스를 놀리던 중년의 블론드였을까
건배를 하듯 잔을 들어올리는
갈색 머리 젊은 여자였을까
사랑, 그게 누구든,
당신의 용기가 나의 동반자였지, 수많은
냉담한 도시들, 이타카의 배신 이후,
낯선 곳에서 내가
커피를 주문할 때면
나는 말하지, 여전히, 잔을 들어 올리며,
이건 당신을 위한 것이야
Lenard Nathan(1924- ) ‘건배’
임혜신 옮김
이타카라는 도시이름 때문에 오디세이가 떠오른다. 시의 주인공이 오디세우스라면 여자들은 칼립소이며 키르케이며 페넬로페일까. 어느 먼 마을, 모든 우울을 덮어주던 눈의 이불 아래서 한 여자와 나눈 사랑. 그건 사랑이었고 또 배신이었다. 그 사랑은 아침이 되자 잊혀졌으니까. 그러나 거기 어떤 구원이 있어 방랑자는 그 밤을 잊지 못한다. 이방의 도시에서 그녀를 위해 잔을 들어 올리는 자. 사랑은 영원하지 않고 영원하지 않은 수많은 것처럼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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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ard Nathan(1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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