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일,‘Overcome 1432’
먼지가 수북이 덮인 트럭 한 대
언덕길에 웅크리고 있었다 주인은 어딜 갔는지
몇 주가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트럭 밑으로
고양이가 비척거리며 들어갔다 네 바퀴 사이
불룩한 배를 뉘인 채 힘겹게 가르랑거렸다
바람이 불자 헛헛한 짐칸에서 웅웅 소리가 들렸다
밀려온 골판지가 바퀴에 걸려 바람을 막았다
고양이는 네 마리 새끼를 낳았다
어미가 죽어 가는 줄도 모르고 젖을 빠는
새끼들을 트럭은 오랫동안 품었다
한 사내가 저녁의 언덕을 올라왔다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트럭은 부들부들 떨었다
떠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시동을 꺼트리며
헤드라이트 눈을 껌뻑였다 깊숙하게 꽂은 키가
힘껏 비틀려지자 트럭은 목쉰 짐승처럼
길게 울었다 와이퍼가 작동되고
차창이 내려지고 먼지들이 떨어져나가며
천천히 언덕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다음날 제 어미를 찾듯 새끼고양이들은
밤마다 언덕 밑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손전등을 비추자 털을 세우며 헤드라이트를
부릅켜는 고양이들, 폐차장에 고양이들이
들끓은 것은 그 일이 있은 후부터였다
어미 고양이는 트럭에 치어 죽었을까. 불쌍한 새끼 고양이들만 남아 폐차장 주변을 뒤지며 살아간다. 그곳에 누군가가 천천히 손전등을 들이대는 광경은 인간이 사라진 지구, 그 직전을 그린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인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위험한 존재다. 생각하는 존재,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존재라서가 아니라 지구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 데서 그렇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의도에서 너무 멀리 온 거 같다. 사람들도 짐승들도 사랑하는 것을 잃고 배회하게 될 일이 없어야 하는데, 되돌릴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임혜신<시인>
<
윤성택 (19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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