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 황금기 수퍼 스타였던 눈이 큰 베티 데이비스가 주연한 아름답고 감상적이며 로맨틱한 드라마로 원작은 올리버 프루티 히긴스의 소설. 제목은 월트 위트만의 시 ‘풀잎’ 중 “이제, 항해자여 구하고 찾기 위해 앞으로 항해하세”라는 구절에서 인용한 것.

보스턴 상류층 가정의 샬롯 베일(데이비스)은 폭군적인 홀어머니의 통제 밑에서 사는 병적으로 소심하고 수줍음 타는 혼기를 놓친 여자. 샬롯은 정신과 의사 자퀴스(클로드 레인즈)의 바깥바람을 쏘이라는 권유에 따라 남미행 여객선에 오르는데 여기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멋 있고 세련된 제리 더랜스(폴 헨리드)를 만난다. 제리는 딸 티나를 위해 불행한 결혼 생활을 지켜 나간다. 샬롯과 제리는 짧은 여행 동안 깊은 사랑에 빠지고 여행이 끝난 뒤 각기 제 갈 길로 간다.

제리와의 사랑으로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워진 샬롯은 귀국해 어머니에게 자신의 독립을 선언한다. 그리고 샬롯은 자퀴스가 돌보는 과거의 자기처럼 영혼을 앓고 있는 티나를 만나 자기 딸처럼 돌본다. 보스턴에 업무 차 들른 제리와 샬롯은 재회의 기쁨 속에 둘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하나 결합하지 못하고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에 만족한다.

잊지 못할 장면은 제리와 샬롯의 담배 피우는 모습. 제리가 밤의 여객선 갑판에서 샬롯을 응시하며 담배 두 개비를 꺼내 자기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그리고 샬롯은 제리가 건넨 담배를 자기 입에 무는데 입술의 실제 접촉이 없는 정열적인 키스신이다.

샬롯이 제리에게 하는 마지막 대사가 멋있다. “우리 달을 원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에겐 별들이 있으니까요.” 이 말을 끝으로 카메라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향해 따라 올라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맥스 스타이너가 작곡한 음악이 오스카상을 탔고 흑백 촬영과 연기 등이 모두 훌륭한 명화다. 어빙 래퍼 감독. 워너 브라더스 작.

*‘오랜 지기’(Old Acquaintance·1943, ★★★★): 어렸을 때의 친구인 두 여인(베티 데이비스와 미리암 합킨스)가 성장해 다시 만나 20여년간 개인적 직업적 라이벌관계를 유지한다. 빈센트 셔만 감독. 이 영화는 1981년 캔디스 버겐과 재클린 비셋 주연으로 조지 큐커 감독에 의해 신판으로 만들어졌다.

두 영화는 29일 오후 7시30분 해머뮤지엄 내 빌리 와일더극장(윌셔와 웨스트우드)에서 동시 상영된다. (310)206-8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