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늙거든,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짖지 못하도록 해줘-나를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게 해달라고,
홍관조, 그 볼 수도 없는 색과
까치발로 지나가는 우리들까지
다 무시하는 저 아랫동네 유기견처럼
친구여, 제발 모든 잿빛 다람쥐와,
소음에 대고 짖어대는 바보 같은 하운드나
레이디를 만나러 급하게 지나가는 레브라도
방금 결혼한 이들처럼 온 밤 내 울어대며
세상을 깨우는 저 똥개처럼 되지
않게 해줘, 오 끔찍한
엘리베이터, 비행기, 우리가 기도를 바치는 천사,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소란함이, 두려워-
제발 나를 순하게 만들어줘
Kevin Young, ‘무자크’
임혜신 옮김
무자크란 엘리베이터나 사무실 같은 데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배경음악이다. 그래서 무자크는 늙은 개를 연상케도 한다. 마구 짖어대는 개가 락뮤직이라면, 무자크는 더 이상 짖지 않는 늙은 개다. 의식조차 콘트롤하는 무자크는 다운뮤직이고, 그에 상응하는 락뮤직은 무의식조차 일깨우는 업뮤직인게다. 노년의 삶이 무자크같다면 나쁘지 않겠다. 그렇게 잘 늙어간다면 말이다. 소란을 품고 소란을 소란하지 않게 노래하는 것이 배경음악이다. 늙으면 고요해지고 싶다는 역설의 저변에 묻어나는 저 아름답게 억제된 무자크의 욕망처럼 말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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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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