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애,‘Garden #1’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어쩌다가 운 나쁘게 광화문에서 잡혀가
구류 5일 먹고 구치소를 나설 때
허겁지겁 시골서 올라온
아버지와 엄마는 구두를 신고 계셨다
“이놈의 나라가 아주 잘못됐어.”
“나랏님보다는 우리 애가 잘못이지유.”
아버지와 엄마는 식당까지 가면서도 계속 싸웠다
두부를 먹을 때도
고개를 숙이고 뒤따라갈 때도
아버지와 엄마의 까만 구두가 자꾸 눈에 밟혔다
애경사처럼 중요한 나들이가 있을 때만 신는 구두였다
“망종에는 부지깽이도 일을 거든다든디.”
“소밥은 줬나 모르겠네.”
“개밥은 줬겠지유?”
아들 걱정을 하면서도
대화는 소밥 걱정, 개밥 걱정이었다
두 분의 구두에게 너무 미안했다.
장인수 (1968- ) ‘구두’
6월 항쟁의 배경에 서서 시인은 정치와 역사와 정의보다 근원적인 인간의 문제를 제기한다. 구치소에 구류되었던 아들을 데리러 서울 올라오신 부모님의 심려가 오죽 했을까는 짐작해볼 것도 없다. 당시의 흔했던 풍경이다. 죄송하단 말도 못하고 고개 숙이고 뒤 따라 가는 아들의 눈에 보이는 구두에는 말로 할 수 없는 가족간의 애정이 깃들어 있다. 아들에게 항쟁의 진정한 뜻을 가르친 것은 개와 소를 거두시는 부모님이다. 그건 농지처럼 깊고 온화한 사랑이다. 그 뜻, 그 마음 모른다면 항쟁도 혁명도 일없는 일일게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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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수 (19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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