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구,‘Reminiscence-clouds’
장례식에서 돌아와 아파트를
뒤졌다, 목 놓아 울며,
아내의 머리카락을 찾아 헤맸다.
두 달 동안, 하수구에서
청소기에서 냉장고 밑에서
그리고 옷장에서.
하지만 일본 여인이 다녀간 후
어떤 것이 아내의 것인지 알 수 없어
그만두었다. 일 년이 지난 후
미찌꼬의 아보카도가 담긴
화분을 옮겨 심다가 나는
발견한다. 흙에 뒤엉킨
길고 검은 머리카락,
Jack Gilbert ‘결혼’ 전문
임혜신 옮김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남편의 모습이 아프게 그려져 있다. 미찌꼬라는 이름을 가졌던 일본인 아내는 화분에 여러 가지 야채며 과일 가꾸기를 좋아했는가 보다. 혼자 남아 아내가 가꾸던 분을 가꾸는 남편.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영원한 이별 뒤에 남겨진 자는 그 몫의 고통과 슬픔의 잔인한 시간을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한다. 기억만을 세상에 던져둔 채 저 먼 곳으로 가버린 아내. 흙 속에 묻힌 길고 검은 머리카락 위에서 그녀의 아보카도가 여전히 자라나듯이, 시인의 남겨진 생 또한 오래 오래 거기서 피고 졌으리라. 임혜신<시인>
<
Jack Gil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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