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서와 죄수 (The Racer and the Jailbird)

레이서 비비(왼쪽)와 강도 지지는 서로 첫 눈에 반한다.
백주털이 범죄 액션 스릴러요 순애보 멜로드라마 벨기에 영화로 볼만은 한데 구조가 산만하고 플롯이 중구난방이어서 도대체 이 영화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프랑스 범죄영화의 분위가 느껴지는데 삼빡하니 끝나는 프랑스 영화와 달리 장황하게 뱀 꼬리를 달아 2시간이 넘는 영화가 다소 지루하다. 마치 끝날 줄을 모르는 한국 범죄 스릴러를 보는 느낌으로 기대감을 채워주진 못한다.
감독 미하엘 로스캄과 각본을 쓴 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리면서 강도질과 사랑의 얘기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처리한데다가 제3막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대폭 잘라도 되는데도 알다가도 모를 얘기를 늘어놓아 혼동을 일으킨다. 그러나 두 주연남녀의 뛰어난 연기와 콤비네이션 그리고 힘차고 강력한 강도질 액션 등은 볼만하다.
어릴 적부터의 친구들 사이에 지지라 불리는 지노(마티아스 쇠너츠-‘덴마크 여인’)는 자동차 경주를 구경 갔다가 건강하고 탐스러운 여자 레이서 비비(아델 엑사르쇼풀로스-‘푸른 색은 가장 따뜻한 색’)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비비도 마찬가지로 둘은 대뜸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는데 지지는 자기 직업을 묻는 비비에게 자동차 수출입을 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둘이 사귄지 얼마 안 돼 비비는 지지가 자기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한다.
지지는 어릴 때부터 불량청소년으로 자란 범죄자로 어릴 적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정기적으로 대규모 강도질을 하는데 이들은 충성심으로 똘똘 뭉쳤다. 지지가 비비에게 출장을 갔다 온다면서 백주 은행 강도질이 벌어지는데 이 장면이 멋있다. 비비는 지지가 어두운 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지극히 사랑하는데 지지도 비비를 극진히 사랑하게 되면서 자기 직업(?)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지지는 마지막 한탕으로 친구들과 백주에 고속도로에서 현금 수송차를 터는데 잽싸게 연출되는 이 장면이 박력 있다. 그러나 곧 이어 경찰의 추적을 받으면서 일당은 체포되고 지지는 수감된다. 비록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변치 않는 지지와 비비의 사랑.
여기쯤에서 끝나야 할 영화가 비비가 암에 걸리면서 완전히 신파극으로 돌변한다. 그 때까지 보던 영화가 완전히 순애보 넋두리 조로 돌변, 보는 사람을 혼란시키면서 당황케 만들 정도다. 그리고 쓸데없이 얘기를 질질 끌어간다. 볼만한 것은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 멋있는 쇠너츠의 쿨한 모습과 연기도 좋지만 이보다 뛰어난 것은 엑사르쇼풀로스의 연기. 강인하고 차분하면서도 허점이 있는 연기를 변화무쌍하게 보여준다.
10일까지 뉴아트(웨스트 LA)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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