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곧 국가다(L‘Etat, c’est moi)’-. 왕의 권력은 신에게서 나온다. 왕권신수설을 굳게 신봉했다. 그러면서 절대왕정을 추구했다. 그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한 말로 유명하다.
그 말이 그렇다. ‘세계는, 아니 전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독재자의 과대망상성의 멘탈리티가 엿보인다고 할까.
새 황제가 즉위한다. 그러면 먼저 채택하는 것이 연호(年號)다. 천자(天子)의 나라임을 자처해온 중국의 오랜 과거 전통이다. 중국은 천하의 중심이다. 그 천하는 새 황제 등극과 함께 새로 펼쳐진다는 발상에서 나온 제도다.
독재자들은 시간을 되돌리는 별난 일을 즐긴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의 보도다.
오랜 내전에서의 승리 끝에 마오쩌둥이 베이징에 입성한 해가 1949년이다. 신중국, 그러니까 공산독재 체제인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과 함께 그가 먼저 선포한 것은 ‘베이징 표준시’다.
동쪽 끝과 서쪽 끝의 시간대가 4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 그 광대한 중국영토의 표준시를 베이징에 맞춘 ‘장한’ 일을 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전 독재자 우고 차베스도 표준시를 바꿨다. 그 해가 2007년으로 별 뚜렷한 이유도 없이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베네수엘라의 표준시를 30분 늦추었던 것.
‘시간을 되돌리는 별난 일’에서 빠질 수 없는 나라가 수령유일주의의 북한이다. 북한 식 달력에 따르면 2018년 5월1일은 주체 107년 5월1일이 된다.
1997년 7월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이 태어난 해인 1912년을 주체 원년(元年)으로 정했다. 이후 북한은 모든 공식문서는 물론 심지어 화폐에도 이 주체연호를 써왔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할까. 김정은은 2015년 8월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평양의 표준시’를 30분 늦춘다고 발표했던 것. 일본을 지나는 동경(東經) 135도 대신 한반도 중앙 127.5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내건 명분은 일제 청산이었다.
그리고 3년 후 김정은은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와 맞추겠다고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말했다. ‘판문점 평화의 집 대기실에 서울시간과 평양시간을 가리키는 시계가 두 개 걸린 것이 마음 아프다’면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진정 토로인가. 아니면 김정은 특유의 ‘통 큰’을 보여주려는 제스처인가. 선뜻 판단이 안 선다. ‘쇼맨십이 아닐까’ 하는 회의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악’으로 불릴 정도로 인권탄압을 해왔고 이복형과 고모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죽인 그 전과가 한 마디로 ‘역대급’이기 때문이다.
수령유일주의의 북한은 공산독재 스탈리니즘에서 전이된 세계 유일의 전체주의 체제다. 전체주의 체제의 이데올로기는 개인숭배이고, 북한의 경우 수령에 대한 무조건 충성이 바로 그 이데올로기이며, 그 수령유일주의를 폐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여 제기되는 회의다.
북한이 표준시를 서울시간으로 통일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로써 평화의 시대가 도래 했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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