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일,‘Overcome 1432’
더 이상 아름다움이란 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해저로 폐기처분 된 뉴욕 전철에 관해 읽는다
산호를 입은 버팀목, 대서양의 흐린 빛을 깃털처럼 덮은,
그 아래 반짝이는 물고기들이, 유리창에서
푸른 불꽃처럼 휘어지는 주변의 물풀 속으로 들어가는-
이건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이다. 파멸을 자초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버린 시대, 우리 자신의 실수로부터 어쩌면, 우리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니면 이런 아름다움 또한 그저 마음을 흔드는,
돈과 박수의 퍼레이드로 심장을 채우는 것인가?
이곳 남쪽에선 바닥으로부터 들려오는 박수소리는 들을 수 없다;
죽은 자들까지도 서로 나뉘어 묻혀있으니까.
걸프의 깊은 곳, 침식된 흙으로 검게 덮인 미시시피에는
오일을 뒤집어 쓴 부서진 기중기-그러나 오일 또한 아름답지 않은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그것은 아마 우리들 자신이었을 그것을 바치라던
제안의 풍자인양, 고대의 그리고 불투명한 빛깔을 가진.
사진 속, 바다거북은 본체를 가로질러 기어가고 있다, 장치된 것들에
무관한 채,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바다가 따스해 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J Estanislao Lepez ‘ 아름다움에 대한 명상’
임혜신 옮김
대서양에 폐기처분 된 전철은 물고기들을 위한 수중 암초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과정을 사진작가 Stephen Mallon은 3년에 걸쳐 사진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폐기물이 지어낸 해저 풍경을 보며 시인은 묻는다. 멸망을 자초하는 이 비관적 시대에도 아름다움은 가능한가. 아름다움의 정의가 이미 잣대를 갖춘 순수성이 아니라 사실성이라면 가능하다. 그것은 폐허와 파괴를 덮는 어떤 고요한 자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오일 스필, 지구 온난화 속을 살아가는 거북이, 버려진 거대한 전철,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다 우리가 겪어내는 생이라는 진실인 때문일 게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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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Estanislao Lep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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