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악의 스모그로 꼽히는 것은 1952년 겨울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것이다. 유난히 추웠던 그 해 12월 런던 주민들은 당시 주요 난방 수단이던 석탄을 대량으로 태웠고 바람까지 불지 않는 기상 이변까지 겹치면서 런던 전역이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스모그로 뒤덮였다.
런던 시민들은 12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간 단순한 안개가 아닌 오염물질로 범벅이 된 개스를 마시고 살아야 했으며 그 결과 4,000명이 사망하고 10만 명이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나중에 나온 추정치는 이로 인한 사망자 수를 8,000명까지 올려잡기도 한다.
이 사태는 공해가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새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고 영국 정부는 1956년 ‘대기 정화법’을 통과시켰다. 그 후 60년이 지난 지금 런던 공기는 아직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 때보다 현저히 향상됐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살고 있는 LA 공기는 한 때 세계 최악이었다. 제2차 대전 이후 인구가 급속히 늘고 ‘세계 자동차의 수도’로 불릴 정도로 자동차 수가 증가하면서 공기의 질은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졌다. ‘LA 스모그’는 ‘런던 스모그’를 제칠 정도로 스모그의 대명사가 됐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1947년 LA카운티는 전국 최초로 대기 오염 관리 기구를 만들었고 10년 간의 연구 끝에 자동차 배기 개스가 공해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부인하는 자동차 업계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가주는 6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 자동차 배기 정화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1963년에는 연방 정부도 ‘대기 정화법’을 제정했다.
그 후 가주는 전국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 보호법을 시행해 왔으며 그 결과 주 공해 물질인 오존은 70년대에 비해 40%나 줄어들었다. 최근 USC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오염 물질인 질소 산화물과 미세 먼지도 지난 20년간 33%와 47% 등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 물질이 줄어들면서 아동들의 폐 건강도 호전되고 있다. 11~15세 아동들의 폐 성장은 20년 전에 비해 10% 증가했고 폐 기능에 이상이 있는 15세 아동 비율은 20년 전 전체의 8%에서 2011년 3.6%로 낮아졌다. 2011년 현재 LA는 질소 산화물과 미세 먼지에 있어 모두 연방 기준 이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LA는 오존과 질소 산화물, 미세 먼지 모두 전국 최악 수준이다.
최근 한국에서 돌아온 한인은 새로운 체험을 했다. 말로만 듣던 한국 미세 먼지의 해악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한국민들은 요즘 1주일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최악의 미세 먼지로 고통받고 있다. 보기만 해도 우울해지는 희뿌연 하늘, 목이 따끔거려 마스크 없이는 밖을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의 나쁜 공기를 들이마시다 맑은 LA 하늘 아래서 상쾌한 공기를 숨쉬는 기쁨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정부는 초미세 먼지 초과일수를 2016년 258일에서 2022년 78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국 미세 먼지의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한국만의 힘으로 해결 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미국에 사는 고마움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