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가 활발하던 20세기 중반에 유행하던 말이 있었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는 말이었다. 시골사람이 모처럼 도시 나들이를 하면 자동차며 사람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복잡한 환경에 정신이 쑥 빠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약아빠진 도시 사람들 앞에서 어리버리 하다가는 사기나 날치기 당하기 십상이니 눈 똑바로 떠야 한다고 시골사람들은 되뇌었다.
당시가 산업화 시대라면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다. 당시에는 최소한 눈을 감아야 코 베어 갔는데 지금은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있어도 코 베어가는 세상이다. 코만 베어갔는지, 뭘 얼마나 더 가져갔는지도 모르는 게 테크놀로지 시대 보통사람들의 현실이다.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드러나면서 페이스북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주가가 폭락하고, 주주들은 집단소송을 하고, 연방거래 위원회(FTC)가 조사에 착수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던 마크 저커버그 CEO가 결국 사과 성명을 냈다.
이용자들은 이용자들대로 분노하고, 주주들은 주주들대로 분노하면서 말 그대로 사면초가인 데 페이스북은 자신들도 억울하다며 분노하고 있다. 영국의 정치컨설팅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속았다는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디스 이즈 유어 디지털 라이프’라는 심리분석 앱이었다. 케임브리지 대 심리학과의 코건 교수가 2014년 이 앱을 개발해 페이스북 이용자 27만명과 그 친구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넘겼다. CA는 관련 정보를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 제공해 정치적 심리전에 사용하도록 하면서 말썽이 난 것이다.
페이스북은 의도적으로 제3자에 대한 정보유출을 허용 했다기보다는 정보관리에 느슨함으로써 비도덕적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개인정보 관리와 이용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다수 이용자들은 자신에 관한 어떤 정보들을 페이스북이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르는 것이다. 일단 안드로이드 셀폰 사용자라면 지난 수년간 모든 통화와 텍스트 메시지 주고받은 기록이 페이스북에 비축되어 있다. 셀폰으로 메신저나 페이스북 라이트를 사용하려면 페북이 모든 연락처를 가져오도록 허용해야 하는 데, 그때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한 셀폰 데이터 수집은 자동적으로 시작된다.
그 이상의 정보를 알고 싶다면 페이스북 데이터 접근(Accessing Your Facebook Data) 페이지로 가보면 된다. 정보들을 다운로드 받으면 ‘광고’ ‘앱’ ‘ 연락처 정보’ ‘행사’ ‘친구’ ‘메시지’ ‘사진’ ‘보안’ ‘동영상’ ‘시간별 분류’ 등으로 분류돼 자신도 모르던 온갖 정보들이 뜬다. 예를 들어 ‘친구’ 항목에는 친구사이인 사람들뿐 아니라 친구 맺기를 거절하거나 삭제한 사람들까지 모두 등장한다. ‘광고’ 항목을 들어가 보면 과거 행적들을 토대로 자신이 좋아할 만한 품목들이 죽 나열된다. 이런 정보들을 광고회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보시대에 소셜네트웍을 아주 멀리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너무 빠져 살다보면 언제 어느 때 자신의 어떤 정보가 어느 손에 넘어갈지 알 수가 없다. 소셜네트웍에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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