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교고 총기난사 사건 이후 미국 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콜럼바인 고교 총격사건 그리고 버지니아텍 사건이 미국민들을 엄청난 충격에 빠트렸다면, 2012년 12월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6살짜리 아이들이 떼죽음을 당했을 때는 충격에 더해 슬픔이 컸다. ‘총기 규제하라’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금방이라도 관련 개정법이 통과될 듯했다.
하지만 결과는 총기규제를 완화한 주들이 더 늘어났을 뿐이었다. “총기 난사사건이 자주 일어날수록 선량한 시민들이 총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안전이 보장된다”는 전국총기협회(NRA)의 주장 혹은 로비가 먹혀 들어간 결과이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연방의회 혹은 주의회가 뭔가 해주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대신 보다 실질적인 움직임들이 가정 내에서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일고 있다.
첫째 가정 내 변화는 방탄백팩의 인기. 부모들이 교내 총격사건을 더 이상 어느 먼 지역의 남의 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우리 아이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면서 방탄백팩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매서추세츠에서 방탄장비 제작회사를 운영하는 조우 커란 사장에 의하면 지난 14일 플로리다 고교 총기난사사건 이후 방탄백팩 판매가 200~300% 증가했다. 육군 특수훈련병, 총기 강사 등으로 일한 그가 방탄장비회사를 창업한 것도 학교총격 사건 때문이었다. 2007년 버지니아 텍 총기난사사건 후 그는 자신의 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방탄장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부모로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 방탄백팩을 메게 한다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방탄백팩은 가격도 만만치 않다. 보통 200달러에서 500달러. 대신 일반 백팩 안에 넣는 방탄판막이를 사면 99달러 정도로 비용이 덜 든다.
하지만 문제는 방탄백팩이 피스톨의 총탄은 막아도 요즘 총기 난사범들이 주로 쓰는 AR-15 같은 소총에는 약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아이들이 하루 종일 백팩을 메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등교 후 백팩은 보통 락커에 넣어두기 때문에 총탄이 날아드는 순간 방탄백팩은 무용지물이 될 수가 있다. 부모들은 이래저래 불안하다.
둘째는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NRA 제휴기업 불매 운동. 총기규제 운동단체들이 NRA와 손잡은 기업들에 대해 불매운동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NRA와 제휴를 맺고 있던 기업들이 잇달아 제휴 중단 선언을 하고 있다. 총기규제 ‘미투’ 운동인 셈이다.
델타, 유나이티드, 허츠, 엔터프라이즈, 메트 라이프, 에이비스, 버짓 등 기업들이 NRA 회원들에게 주던 할인 혜택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형기업 중 아직도 NRA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보이콧 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페덱스. 애플, 아마존, 유튜브 등. 페덱스는 NRA 비즈니스 연맹 회원들에게 최고 26%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애플, 아마존, 유튜브는 자사 스트리밍 TV 프로그램에 NRA 채널이 포함된 것이 문제이다.
NRA 앞에서 맥을 못추는 정치인들 대신 소비자들의 힘을 동원하자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압력에 기업들이 NRA와 거리를 둔다면 총기규제가 가능해질 지도 모르겠다. 총기 규제 ‘미투’ 운동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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