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혜명,‘Camellia’
드라이브웨이 끝, 개들이
정신없이 땅을 파헤친다
무언가 달콤한 것을 찾고는
씩, 웃고 있는 듯도 하다- 그래, 흙이란
흙만은 아니었지. 부러워진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저들의 잔치에
끼어들고 싶어진다. 꼬리를 흔들며
한 녀석이 다른 녀석을 위해 땅을 파는
광경은, 갑자기 끝난다
시작처럼, 그들은 다리를 들어
영역을 표시한다. 어떤 개들은
사람같다. 하지만 녀석들이 이빨과
입으로 한 짓들은 종일 나를 사로잡는다.
자신을 볼 수 없는, 내가 녀석들을 본다.
그들이 흙 속에서 찾던 것을
뒤지며, 서성인다
채울 수 없는 어떤 배고픔과
만족, 그 주변을
단 몇 번, 흙을 물어뜯으면 진정될
저 갈망에 대해
Tess Gallagher ‘땅‘
임혜신 옮김
개들이 땅을 파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유희, 위안, 불안, 에너지, 먹이, 사냥이라는 본능적 단어가 그 이유를 다양하게 설명한다. 정신없이 땅을 파헤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리를 번쩍 들어 영역을 표시하고는 사라지는 개들을 보며 시인은 문득, 그녀 자신의 유희와 위안과 불안과 본능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수백만 년 인간되기의 여로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그 무엇이 저 속에 있는 걸까. 그렇다손 어쩌자고 시인이 개가 부러운 것일까. 그녀는 갈망의 길을 잃어버린 배고픈 현대인의 초상. 흙, 욕망, 먹이와 만족의 연계성 사이를 서성이고 있다. 임혜신<시인>
<
Tess Gallag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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