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불확실성’은 가장 멀리하고 싶은 말이다. 어떤 경영전략을 세워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반시장, 기업 편향적인 입법 리스크는 이런 측면에서 기업을 옥죄는 치명타다. 정치력 부재에 따른 입법 혼란이 안 그래도 대내외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경영계를 더욱 힘들게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 국회에서 공방이 오가는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여야 3당 합의로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휴일·연장근로에 대해 중복할증을 허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 내 일부 강경파와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반발로 상임위원회 통과가 무산된 상태다.
지난달 19일에도 소위원회를 열어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여야 합의 사항마저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서 재계에서는 ‘입법부의 정치력 부재가 기업 경영 시계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한탄이 나온다.
국회의 개정안 처리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근로시간 단축이 단계적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법부의 역할이 사실상 대법원의 판결로 대체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대법원이 오는 3~4월께 판결을 내리게 되면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 적용은 물 건너가고 모든 사업장에 일괄 적용된다. 재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처럼 파장이 큰 사안은 입법부가 유예적용기간을 두고 순리대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입법부의 직무유기로 인해 대법원 판결로 법이 바뀌는 효과가 나타난다면 이런 입법 리스크가 어디 있느냐”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관련해서도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단일안을 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경영계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본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 산입범위 관련 논의가 장기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도 기업들이 입법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주사 전환 시 자사주 활용 제한, 지주사 지분요건 판단 기준 강화, 양도차익 과세이연 폐지 등 지주사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에 상정돼 있다. 모두 지주사 전환을 부담스럽게 하는 법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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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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