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자,‘#82’
모든 기억의 심부에는 망각이 있고
거기엔, 하나 나 둘쯤 반드시
구조되어야만 하는 전언이 더러 있다.
양자택일은 없다,
그 문장, 꿈속의 죽음처럼,
결코 끝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위쪽을 향해
윙윙거리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썩어가는 잎새들, 거기 새겨진 기록을
읽으려 애쓰던 일을, 당신은
기억할 것이다.
산과 산 사이, 쩍하니 입 벌린 계곡에서
당신이 굴러 내릴 때,
거부할 수 없는 일
부상을 입기 며칠 전, 가슴에
밴디지를 붙여야 될 것만 같던
그 충동처럼,
David Lehman ‘그리고 시간에 대하여’
임혜신 옮김
우리는 시간과 기억의 존재다. 하지만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들은 순간순간 기억의 창고로 옮겨지고 이내 망각의 창고로 스며든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충동처럼 기억의 깊은 곳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그곳에 가장 소중한 무엇인가를 두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이 기억과 우리의 관계다. 그것이 사랑과 상실과 트라우마와 우리의 관계다. 대체 저 시한부의 죽어가는 잎새에 무엇이 쓰여 있던 것일까. 알아낸다손 우리는 이미 그 지점을 지나왔다. 기억이 주는 전언조차 기억일 뿐 아닌가. 임혜신<시인>
<
David Leh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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