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혜명,‘Camellia’
“인수야, 나 네 아버지랑 친구했다.”
울 아버지는 내 친구 윤기선의 친구다.
아버지가 내 운동복을 입고 논배미에서 일을 하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들녘을 어슬렁거리던 윤기선이가
“야, 인수야! 이놈아, 너 언제 내려왔냐?”
라고 큰소리로 반갑게 인사하더라는 것이다.
“어, 저는 인순지 알었어요. 인수하고 똑같네유.”
아버지는 윤기선이를 불러다가
느티나무 아래에서 막걸리를 주거니받거니 ……
“아브지, 제가 아브지께 이눔이라고 욕했잖아유.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친구해유.”
“그려! 아주 잘됐네. 반갑다, 친구야.”
박장대소로 아버지도 흔쾌히 수락을 했던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 친구분들을 잘 모르는데
아버지는 내 친구들의 근황을 나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시다.
장인수 (시집 ‘적멸에 앉다’) ‘친구’
장인수 시인은 학교 선생님인데 방학이면 시골에 내려가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든다고 한다. 그건 시인에게도 좋고 아버지에게도 참 좋은 일이겠다. 친구가 내려와 논일을 하는 줄 알고 아는 체 하던 아들의 친구와 아버지가 격 없이 어울리게 되는 모습이 코믹하고 정겹다. 흙처럼 순박한 풀타임 혹은 파트타임 농부들이 여기 저기 아직도 이렇게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순정한 세상이 있다면 이 풍경 또한 그중 하나리라. 아들의 친구와 친구 되신 아버님 오래 오래 건강하시길 빈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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