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쓰기를 업으로 삼고는 있지만 매주 몇 개씩 글을 써내야 한다는 건 상당히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다. 어떤 생각을 담아 지면의 빈 공간을 채워야 하는 작업이 던져주는 압박과 중압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름 열심히 자판을 두드려대지만 생각의 회로는 시도 때도 없이 막힌다. 책상 앞에 마냥 앉아 있다고 해서 능률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럴 때면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몸을 움직여본다. 그러고 나면 어지러웠던 생각이 조금은 정리되는 걸 느끼게 된다. 일을 하는 스타일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트레드 밀 위에서 걸을 때 막혔던 생각이 갑자기 뚫리는 경험을 자주 한다. 물론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은 책상 앞이지만 말이다.
이처럼 걸을 때 생각이 정리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경험들에는 나름의 과학적 근거가 있다. 인간의 뇌는 많은 거리를 걸어야 했던 환경에서 진화했다. 원시시대에는 그래야 생존이 가능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는 최적의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몸이다.
우리 신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하는 뇌로 부지런히 에너지를 넣어주려면 몸을 많이 움직여서 혈류를 공급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운동, 이 가운데 특히 걷기는 그 자체가 가진 리듬감 때문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을 가지런히 모으는 데 한층 더 효과적이다.
그동안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최근에는 단 10분만 운동을 해도 뇌기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 웨스턴대학 연구팀은 뇌기능 활성화에 필요한 최소 운동시간을 측정한 결과 10분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어떤 경로로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더 연구해봐야 하지만 운동이 뇌의 전두엽 신경망을 자극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단 10분 빨리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만 해도 인지능력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는 너무 바빠 오래 운동할 시간을 내기 힘든 사람들에게 고무적인 소식이다. 지난주에는 이처럼 짧은 운동이 담배 끊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걷기 같은 운동을 하면 우선 몸이 건강해진다, 또 이번 연구결과처럼 운동은 정신적인 예리함을 유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상시적 불안에 노출돼 있는 삶에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은 불안을 잊거나 완화시키는데도 유용한 지혜가 된다. 게다가 금연효과까지 있다니 운동은 ‘일석삼조’ ‘일석사조’의 효과, 요즘 유행어로 ‘개이득’을 안겨준다고 할 수 있다.
루소는 “철학의 첫 스승은 우리의 발”이라는 말을 남겼다. 걸으면서 철학적 성찰을 얻었던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 것이다. 철학적 성찰까지는 아니더라도 운동을 하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 연구들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땀 흘린 만큼 거둔다는 정직함만으로도 꾸준한 운동은 무술년 한해의 가장 확실한 투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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