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최초이자 가장 위대한 문학작품의 하나로 꼽히는 ‘오디세이’에 보면 오디세우스가 10년 간의 트로이 원정과 10년 간의 방황 끝에 집에 돌아오는 장면이 나온다. 20년의 세월이 지나고 변장을 한 오디세우스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의 정체를 알아챈 동물이 있다. 그가 아끼던 개 아르고스다. 이 개는 죽기 전 주인의 얼굴을 다시 봤다는데 만족하며 편안히 눈을 감는다. 개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충직한 친구라는 사실을 고대 그리스인들도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개가 언제부터 인간의 벗이 됐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개가 인간이 길들인 첫 번째 동물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현존하는 모든 개의 조상은 늑대다. 수렵과 채취로 삶을 이어가던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어린 늑대 새끼를 주워다 길렀고 이중 온순하며 인간을 잘 따르는 종자가 씨를 퍼뜨려 지금의 개로 진화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사냥감을 잘 찾아내는 늑대와 일단 발견하면 이를 잘 죽이는 인간의 협업관계가 공생관계로 발전했고 이것이 대대손손 이어지면서 지금의 개와 인간 관계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현존하는 개의 유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만4,700년 전 것이며 일부에서는 3만6,000년 된 유골도 개의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인간이 농사를 짓기 훨씬 전부터 개는 인간의 친구였던 셈이다. 개가 처음 길들여진 곳은 동아시아와 서유럽, 중앙 아시아 등 여러 지역이 후보로 지목되나 현존하는 개들의 조상은 동아시아 지역 개들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근대 이전 인간이 개를 기른 목적은 사냥이나 목축, 혹은 군사용 등 실용성이 주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이 먹고 살 것도 부족한데 취미나 관상용으로 개를 기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가 사용 목적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등장한 것은 물자가 풍부해진 19세기 이후다. 도구로서의 용도는 줄어들었지만 개를 기르면서 느끼는 정서적 만족감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의 인기는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개의 명칭도 전에는 가지고 노는 장난감 수준이던 ‘애완견’에서 이제는 삶의 동반자라는 뜻의 ‘반려견’으로 바뀌었다. 미국, 한국을 막론하고 1인 가족이 급증하면서 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삶의 일원이 되어 가고 있다.
미국 내 반려견 수는 7,800만으로 8,200만으로 추산되는 고양이에 이어 반려 동물 중 두번째로 많다. 미국인 4명 중 한 명이 개와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개가 많다 보니 매년 400만 명이 개에 물리고 30명 정도가 이로 인해 죽지만 미국인들의 개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고 있으며 연 매출 600억 달러에 달하는 반려 동물 산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반려 동물 수가 1,000만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개가 몇 마리나 되는 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처럼 고양이와 1, 2위를 다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개가 가족의 일원으로 부상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은 보신탕 업계다. 한국인의 전통음식이던 보신탕을 팔던 음식점은 지난 10년 사이 서울 시내에서만 500여개에서 300여개로 4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곧 밝아올 새해는 개의 해 중에서도 귀한 ‘황금 개의 해’라고 한다. 인간이 개만큼만 충직해도 세상은 한결 밝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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