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자,‘#82’
시인의 아내는 겨울에 눈이 밝아진다
봄 여름 겨울에는 잘 보지 못했던
곳집이 비는 것이 눈에 환히 보이는 모양이다
새벽 추위에 우리는 함께 잠을 깨
아내는 사위어가는 겨우살이를 헤아리고
나는 시를 생각한다
시인의 가난은 추운 날을 골라서 찾아온다
보일러 기름도 추운 날 새벽을 골라 뚝 떨어지듯이
정일근 (1958- ) ‘겨울 새벽에’
보일러 기름이 뚝 떨어지고 곳간조차 비었을 때 열리는 마음의 눈. 그 눈이 바로 청빈이다. 겨울 새벽처럼 텅 빈 곳간을 바라보는 시인과 아내의 눈에는 부귀로는 그려낼 수 없는 정결의 빛이 있다. 그것이 시혼이다. 청빈한 시혼이 아니라면 겨울새벽의 배고픈 추위가 이처럼 환하게 빛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난은 이 세상의 가장 크고 무거운 어둠이 아니던가. 요즘은 일하는 아내들도 많고, 시인이라 해서 가난한 시절이 아니니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곳간이 비고 기름이 떨어진 이들에게는 너무나 사치스러운 이 청빈의 시를, 그래도 우리는 읽는다, 어두운 곳에 빛이 내리기를 빌면서. 임혜신<시인>
<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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