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애,‘Garden #1’
피크닉 테이블 위에 놓인 하얀 비버모자처럼
가로등 아래 쌓여있는, 혹은
개울물 속으로 천천히 녹아내리는 눈을 본 적 있다면.
당신은 명멸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아는 것이지요.
우주로부터 겨우 보호받은
걷는 즐거움만으로 눈 속을 걸어 나가면
막 태어난 별의 먼지처럼
파카에 내려않는 눈송이들.
긴 잠으로부터 당신을 깨우는 싸늘함
그러면 알게 되죠, 진실은 대개
침묵 속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그리고
손을 뻗을 때
자연세계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지를,
마른 잎에 덮인 얼어붙은 웅덩이들
텅 빈 새집, 잠든 짐승들의 굴.
하지만 느린 이 계절은 어둠에 사로잡혀 있어
만일 아무도 당신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자신의 고독을 잘 보살펴야 해요.
그러면 적막 속에서 온 몸으로 당신을 배울 거예요
자칫하면 당신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말았을
엄청난 추위와 밤의 의미를
Patricia Fargoli ‘겨울의 은총’
임혜신 옮김
전봇대 아래 소복이 쌓여 있거나 개울 물 속에 덧없이 녹아드는, 혹은 걸어가는 우리들의 어깨에 내려앉는 작은 눈송이들은 우리로 하여 소멸이 주는 무한의 매혹을 느끼게 한다. 앙상한 삶의 등걸 위에서 홀로 명멸하는 백색의 겨울은 아름답고 고독하다. 천천히 날리는 눈 속을 걸으며, 시인은 상실의 계절이 일러주는 생의 또 다른 의미를 더듬는다. 그는 말한다, 춥고 어두운 겨울밤의 은총에 대하여. 쓸쓸함이 깊어진 곳에서만 가슴을 열어주는 언어, 소멸의 저편에서 빛나는 그 신비한 은총에 관하여 말이다. 임혜신<시인>
<
Patricia Farg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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