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구,‘Reminiscence-clouds’
대문만 들어서면 말똥 냄새에
말구유 구정물 냄새에
빈 마차 구석에 쪼그리고 바라보면
연분홍 봉선화도 마구간 흙 담 아래
쪼그리고 앉았다
아버지 따라 강변으로 말 길들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어스름이 신명나면
이러다가 나도 마부가 되지 않을까?
예감되어도 좋았다
닳은 편자를 갈 때마다
말발굽 깍아내는 통증에 버둥대는
땀 젖어 미끌한 허벅지에
그 젖은 눈망울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내 발바닥이 깎여 나가듯이 아팠다
편자 갈아 끼우고 신작로로 나설 때는
새 신 신은 아이처럼 상쾌해진 말이
긴 말총 허공에 휘두르며
길을 앞섰다
정원도(1959- )‘마부의 아들 I’
시인의 아버지는 마부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말을 길들이던 추억을 그는 신명이라는 희열에 비한다. 마부에게 말은 농사군의 땅과 같은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맡는 가장 소중한 일꾼이며 재산이며 또 식구였을 것이다. 말과 함께 아파하고 즐거워하는 소년이 모습은 천진하다. 가난도 핍박도 계층도 모르던 아름답고 무구한 시절이다. 아마도 우리는 대개가 시대의 아래쪽을 힘겹게 끌고 가는 마부의 자손이 아닐까. 세상 어딘가에 지금도 자라고 있을 모든 마부의 아들과 딸들을 축복하고 싶어진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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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도(1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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