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현,‘Companion’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해, 저 외로운 바다와 하늘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높다란 배와 항해를 안내하는 별 하나;
돌아가는 운전대, 바람의 노래, 흔들리는 하얀 돛,
그리고 바다 위의 회색 물안개와 눈뜨는 새벽 잿빛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해, 파도가 달려오며 부르는,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야생의 부름, 명백한 부름,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흰 구름이 흐르는 바람 부는 날,
구름이 흩어지고, 물거품이 부풀고, 갈매기가 울어대는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해, 방랑하는 집시의 삶,
갈매기처럼, 고래처럼, 날카로운 칼 같은 바람이 부는 곳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동료가 웃어대며 들려주는 즐거운 꾸며낸 이야기
그리고 그 긴 속임수가 끝난 뒤의 고요한 잠, 달콤한 꿈
John Masefield ‘바다를 향한 열병(熱病)’
임혜신 옮김
존 메이스필드는 영국의 계관시인을 지낸 시인이지만 젊어서는 뱃사람이었다. 칠레로 가는 배를 탔던 그는 멀미로 고생했고 일사병을 얻어 결국은 여객선을 타고 영국으로 돌아가야 하기도 했다. 그런 고통스런 기억 속에서도 바다라는 고독하고도 풍요한 방랑에의 열망을 늘 지니고 살았던 것 같다. 이 시는 최적의 바다를 꿈꾸고 있다. 거기에는 멀미도 혹독한 폭풍도 일사병도 없다. 별 하나, 반짝이며 길동무 되어주는 저 달콤한 항해. 입담 좋은 동료의 무용담을 들으며 잠들 수 있는, 뭇사람이 가끔은 꿈꾸어 볼 낭만의 뱃길, 자유로운 순풍의 바다다. 임혜신<시인>
<
John Mase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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