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일,‘Overcome 1432’
알 수 없어, 이 지상의 존재들.
물의 유혹, 과일들의 유혹.
아가씨의 긴 머리카락과 젖가슴의 유혹.
빨강색으로, 주홍색으로 혹은
빌노 근처에 있는 Green Lake에서만
볼 수 있는 연못의 색으로.
망원경 속
주름진 나무껍질 속으로 모여든,
상상할 수 없이 많은 무리들,
끝없이 진행되는 결혼식
불타는 눈동자,
공기, 바다, 흙,
그리고 지하 동굴, 그 내면의
달콤한 춤을 위한,
그래서 짧은 한 순간,
이 지상에는 죽음이 없고,
시간은
심연 속으로 던져진 실타래처럼
풀려가지 않지
체슬라브 밀로즈 ‘다시 지상에서’
임혜신 옮김
전후의 색채가 짙은 밀로즈의 시다. 그의 지구는 아직 푸르다. 전쟁과 테러 위에서 다시 꽃을 피운다. 푸른 호수처럼, 여인의 긴 머리카락처럼, 그 여인에게 매혹된 청년처럼, 그리고 늙은 나무 위에서 사랑의 춤을 춤추는 한 떼의 벌레처럼, 지상의 것들은 모두 다시 깨어나 또 다시 사랑을 노래한다. 파괴되어가는 지구를 걱정하는 우리들. 우리의 지구는 전후의 그것보다도 아픈 것일까. 그렇다. 지구도 인간이 사는 구조도 모두 더 아프다. 하지만 아직 축복은 남아있다. 보라, 물과 과일과 바람과 연인들, 여전히 지상은 매혹적인 곳 아닌가.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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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슬라브 밀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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