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연,‘Sound of leaves A’
거기서 끝났어야 했어,
마차는 오렌지 빛으로 부드러워지고,
가운은 거품 같은 구름이 되어
그녀의 어깨에 녹아내리고,
열 두 시를 치는 시계탑 소리가
운석처럼 떨어지던,
그리고 유리 구두가 연못 속으로
숨 쉬는 개구리처럼
공기방울 뿜으며 미끄러져 가던,
아마 비가 내리기 시작할지도 모르지
거기서 끝났어야 했어,
문 앞에 놓인 늙은 호박,
그리고 마을의 아들 하나,
새벽을 뚫고 일하러 나서며
놀라움에 바라다보는,
J R Solonche ‘신데렐라’
임혜신 옮김
신데렐라 이야기가 마술이 풀리는 장면에서 끝나야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밤 12시, 마차는 호박이 되고 아름다운 옷은 녹아버리는 그 순간에 말이다. 그러면 신데렐라는 재 투성이 소녀로 돌아가야 하고 왕자는 공주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 대신 그 자리에 새벽일을 나서는 마을 청년을 등장시킨다. 그는 지난 밤 왕자였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왕자인 것일까. 미명 속에 무엇인가를 감지하고 멈춰 선다. 화려한 갈채의 뒷부분을 끊어낸 사랑의 갈망과 상실이 현실 속으로 오히려 신비하게 스며든다. 눈길이 떨어지지 않는 시다. 임혜신<시인>
<
J R Solon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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