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현,‘Companion’
어느 날 아침, 폭풍의 끝자락에 불리어
맑은 하늘이 잠시 보일 때, 나는
믿을 수 없이 단순한
무엇이 여기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형언할 어떤 단어를 찾아 나설 수도 없이 단순한
인내도 아니고 기다림도 아니고,
숨을 쉴 때마다 잠시 나와 하나가 되는 공기처럼
더 이상 숨겨진 것도 없는,
나도 모르게 나와 함께 있었던,
낯과 밤들을
이름도 없이 누구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채
여기 줄곧 있었던,
다가왔을 때도 떠나버렸을 때도
자신에게서 멀어지지 않았던 ,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았음이 분명한,
그렇다면 무엇이라 이름 해야 하는가
나의 감사를 거부하는
지금 이것을.
W. S. Merwin ‘ 지금 이 순간’ 전문 임혜신 옮김
폭풍이 지나고 푸른 하늘이 나타날 때, 혹은 나무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꽃이 피어나고 ,아이가 지나가고, 먼 곳으로부터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는 아주 평이한 그 어느 때라고 좋다. 형언할 수 없는 경이로 한 순간이 다가올 때 우리는 문득 감사의 느낌을 갖고는 한다. 그러나 도대체 누구에게 감사하는 것인가. 감사조차 무효와 하는 이는 또 누구인가. 아니 무엇인가. 신? 우주? 무의 세계? 아니면 우주를 빚는 눈먼 시계공? 당신이 지금까지 믿어온 그 무엇과도 다른 한 순간의 경이를 시인은 당신의 손에 가만히 내려놓고 있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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