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연,‘Sound of leaves A’
황혼 무렵
어느 동네
무슨 일이
일어나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별과 나방들.
열매의 껍질들이
조금씩 기울어진다
그러나 아직 아니다
검은 나무 한 그루.
버터처럼 노란빛이 흐르는 창문 하나
한 여자가
품으로 뛰어드는 소녀를 잡으려고
몸을 숙이는 바로,
그 순간이다
별이 떠오른다
나방은 팔랑이며 날고
사과 달콤해진다
어둠 속에서
Eavan Boland‘이 순간’
임혜신 옮김
슬로우 모션으로 그려낸 황혼의 한 순간이다. 저무는 햇살의 고요 속에서 시인은 별들과 나방들, 그리고 과수나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팽팽한 긴장을 느낀다. 그 일이란 알고 보니 가을밤이 오는 평범한 일이다. 가을의 황혼과 밤사이에는 부드러운 커튼처럼 따스한 풍경 하나가 드리워져 있다. 엄마와 아이의 행복한 순간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안기는 순간, 별이 떠오른다. 나방이 날고 사과는 더욱 달콤해진다. 또 하나 밤이 깊어간다는. 그 사소한 일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시인은 알려준다. 사소해 보이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때, 삶은 가을 사과처럼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임혜신<시인>
<
Eavan Bo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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