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치와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스포츠는 미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한다. 정치인들에게 스포츠는 결코 등한시 할 수 없는 사회통합의 도구이다.
또 경쟁과 승복으로 요약된다는 점에서도 정치와 스포츠는 많이 닮아 있다. 우리가 부럽게 생각하는 미국 대통령 선거 후 광경이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 승자는 반드시 패자를 위로하고 그가 뛰어난 상대였음을 멋지게 칭찬한다. 또 선거에서 진 후보는 승자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인사를 던지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한다. 보는 스포츠 뿐 아니라 하는 스포츠 또한 활성화 돼 있는 미국적 문화의 소산이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 없이 스포츠를 사랑했다. 학창 시절 직접 선수생활을 했던 인물들도 적지 않다, 직전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의 스포츠 사랑은 유별났다. 특히 그의 농구 사랑은 대단해 매년 ‘3월의 광란’ 시즌이 되면 백악관에 대진표를 갖다 놓고 승자를 고르는 행사를 가졌으며 ESPN은 이를 생중계했다. 백악관 앞마당에서 프로농구선수들과 직접 한판 승부를 벌이기도 했을 정도다. 물론 그는 골프광이기도 하다.
프로야구장에서는 매 경기 7회 초가 끝나면 관중들이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몸을 푸는 ‘7회 스트레칭’ 시간이 있다. 이 같은 야구의 전통은 27대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태프트에게서 비롯됐다. 1910년 시구를 위해 야구장을 찾았던 거구의 태프트는 7회 초가 끝난 후 발이 저려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통령이 야구장을 떠나는 것으로 오해한 관중들도 예의상 모두 일어났다. 하지만 대통령은 근육을 푼 후 곧바로 다시 앉았다. 여기서 7회 스트레칭이 시작됐다.
미국의 주요 스포츠 우승팀들은 매년 백악관을 방문하는 전통이 있다. 선수들은 대통령에게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하고 대통령은 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맘껏 축하해 준다. 이 자리에는 정치적 이념이나 인종 같은 문제가 끼어들 소지가 없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유머와 덕담이 오가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미소 짓는다.
그런데 트럼프 취임 후 이런 전통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NFL 선수가 인종문제에 항의, ‘무릎 꿇기’로 저항의 뜻을 표시하고 있는 데 대해 트럼프가 “우리 구단주들이 국기에 결례를 범하는 선수들에게 ‘개××를 당장 끌어내고 해고해’라고 말하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 200명 넘는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팔짱을 끼는 방식으로 연대감을 표현했으며 트럼프에 우호적이었던 구단주들까지 비난에 합세했다.
트럼프와 스포츠의 불편한 관계는 NFL에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농구 NBA 우승팀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일부 선수들이 트럼프에 불편함을 드러내자 백악관은 아예 이들을 초청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의 시구 요청도 거절한 바 있다.
트럼프의 NFL선수 비난에 대해 대다수 미국인들은 비판적 견해를 보이고 있지만 그의 이런 도발이 정치적으로 계산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흑인선수들이 주축인 NFL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지지층인 저소득 백인들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적 필요성이 있다 해도 미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내면서까지 스포츠에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의 자랑스러운 전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트럼프의 사전에는 ‘통합’이란 단어가 없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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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7th inning stretch 는 Taft 대통령이 처음시작 한것이 아니고 그보다 수 십년 전인 1869년 부터 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