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혜명,‘Camellia’
당신 없어도 집은 비어있지 않아요.
현을 뜯는 소리, 퉁퉁 부딪는 소리,
벽들은 휴식하며 한숨도 쉬죠.
온수 가열기는 열심히 돌아가고,
열기에 우르릉거리며당신이 샤워기를 틀기를 기다리죠.
나는 몇 번이나 당신의 트럭이
마당으로 들어서는 소리를 들었죠,
마룻바닥이 당신의 발아래 찌그덕 거리고,
내 뒤에 서있는 당신의
숨결을 목에 느꼈죠. 그때마다 나는 돌아서서
당신에게 무언가 말하려 하거나, 자두나 치즈
조각을 건네주려 했죠.
하지만 당신이 돌아오기까지는 아직 이틀이 남아있고
방엔 나 혼자뿐입니다, 그리고 자두와,
행운과, 저 멀리까지 이르는 사랑과,
Gillan Wegener‘멀리 있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임혜신 옮김
시는 아주 ‘잘 익은 산딸기’라고 말하는 시인의 시가 한 알의 산딸기처럼 입 안에서 향기롭다. 비록 집을 떠나 있지만 남편의 존재는 집 안에 가득하다. 문득 트럭이 마당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이처럼 고운 사랑의 순간들이 심심해진 소설가들은 복잡한 상상의 플롯으로 허구의 물레를 돌리고 싶어지기도 하리라. 심리학자는 분석도 해보리라. 그러나 시인은 아주 단순하게 산딸기 같이 고운 사랑을 오래 오래 노래하고 있을 뿐이다. 이 사랑의 편지처럼 세상 모든 부부의 사랑이 복되고 아름답기를! 임혜신<시인>
<
Gillan Weg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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