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게임에서 이기려면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 게임의 룰을 잘 아는 것은 물론이고 온갖 경우의 수와 그 확률, 배짱, 승부사적 기질에 운도 따라줘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패를 읽고 내 패는 읽히지 않는 기술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좋은 패가 들어오면 기쁘고 나쁜 패가 들어오면 낙담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은 얼굴 표정을 통해 나타난다. 게임에서 이기는 사람은 상대방 얼굴은 읽으면서 자기 얼굴 표정은 잘 관리하는 사람이다. 포커 페이스(poker face)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도박장에 포커 페이스가 있다면 정치판에는 ‘미친 인간 이론’(madman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가끔은 미친 척 해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만들어야 이쪽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미국 정치인 가운데 이 ‘미친 인간 이론’에 깊은 관심을 보인 사람은 리처드 닉슨이다. 닉슨의 비서실장이던 해리 할데만은 닉슨이 자신에게 “월맹이 내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믿게 하고 싶다. 닉슨이 공산주의에 편집증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가 화났을 때는 아무도 말리지 못하며 그가 핵무기 단추에 손을 올려 놓고 있다는 사실을 월맹에 알리라. 그러면 호치민이 파리로 달려와 평화를 구걸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닉슨은 1969년에도 전군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핵무기로 무장한 전략 폭격기를 소련 국경에 사흘간 출격시켰으며 소련에 “미친 인간이 정신병원을 나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미국 내에는 보도되지 않은채 극비리에 진행됐다. 모두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소련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작전이었다.

집권자는 권력 유지를 위해 가끔 미친 척을 해야 한다는 것은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어 본 마키아벨리도 인정했다. 1517년 그는 ‘리비에 관한 논설’이라는 책에서 “미친 척 하는 것이 때로는 현명한 방책”이라고 썼다.

마키아벨리를 공부했는지는 모르지만 닉슨보다 먼저 이 ‘미친 인간 이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북한이다. 이들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 그리고 지금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툭 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한국민을 겁주고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자국민을 단속하고 있다. 북한의 김씨 왕조는 다른 것은 몰라도 어떻게 해야 권력을 유지하고 체제를 보호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 권력의 속성과 게임의 본질을 바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문재인은 자기 패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게임을 시작하는 순진한 초보 학생과 같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전술핵 무기 재도입과 자체 핵 개발은 안 된다” “이런 것들은 전쟁 위협을 높일 뿐이다” 등등의 발언은 그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북한이 쳐들어오면 만세 부르고 항복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이 자진해서 전술핵 무기 도입과 핵 개발을 안하겠다면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한국을 거들떠 볼 이유가 없다. 핵 무기 사용권을 갖고 있는 미국과만 상대하면 그만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19일 유엔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김씨 왕조 일가뿐 아니라 북한 전역을 궤멸시키겠다고 말했다. 닉슨을 능가하는 ‘미친 인간’이 또 하나 나온 셈이다. 북한의 문재인 패싱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