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구,‘Reminiscence-clouds’
곁을 준다 줄 것이 없어서
오늘은 곁을 주고 그저 머문다
구름 곁에서 자보고 싶은 날들도 있지만
내일은 그냥 걷다 옆을 주는 꽃에게
바람이 마음 준 적 있는지 묻겠다
곁이 겨드랑이 어느 쪽인지, 옆구리 어떤 쪽인지
자꾸 사람에게 가 온기를 찾아보는 쓸쓸이 있어
나는 간혹 몸 한켠을 더듬어 볼 텐데
야윈 몸에 곁이 돋으면 너에게 가겠다고 편지하겠다
곁이라는 게 나물처럼 자라는 것인지
그리하여 내가 내 곁을 쓸어 보는 날엔
나무가 잎사귀로 돋는 곁이 있고
별이 빛으로 오는 곁도 있다고 믿어보겠다
가령 어느 언덕배기 세상에 단 둘이 곁으로 사는 집,
비추는 달빛도 있다고 생각하겠다
고작해야 이 삶이 누군가의 곁을
배회하다 가는 것일지라도 곁을 준다
줄 것이 없어서 곁을 주고 세상의 모든 곁이 다 그렇다
민왕기(1978-) ‘곁’
곁을 준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부분을 내어 준다는 것이다. 한 송이 꽃에게, 흐르는 바람에게, 한 여인에게, 혹은 어느 사내에게 스스로의 한 쪽을 열어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배려이고 사랑이고 따스함이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이다. 곁을 열어주기에 나무는 잎을 피우고 별빛은 온기를 띠고 사람은 달빛아래 사랑을 속삭인다. 그 아름다운 시작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그저 곁을 주는 것이다. 비록 그 일이 배회하는 바람처럼 짧고 허무하다 하여도, 곁을 주고 또 그 곁에 들어 사는 일 없다면 세상은 다만 황야일 뿐일 것이다.임혜신<시인>
<
민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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