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애,‘Garden #1’
눈 덮인 숲에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겨울을 건너는 몸이 자주 주저앉는다
대체로 눈에 쌓인 거울 속에서는
땅을 치고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
어쩌자고 나는 쪽문의 창을 다시 내달았을까
오늘도 안으로 밖으로 잠긴 마음이 작은 창에 머문다
딱새 한 마리가 긴 무료를 뚫고 기웃거렸으며
한쪽 발목이 잘린 고양이가 눈을 마주치며 뒤돌아갔다
한쪽으로만 발자국을 찍으며 나 또한 어느 눈길 속을 떠돈다
흰빛에 갇힌 것들
언제나 길은 세상의 모든 곳으로 이어져왔으나
들끓는 길 밖에 몸을 부린 지 오래
쪽문의 창에 비틀거리듯 해가 지고 있다
박남준 (1957- ) ‘적막’
눈 쌓인 산골은 적막하다. 그 적막함을 더욱 적막하게 하는 것은 인고의 겨울을 견디어내고 있는 여린 생명들이다. 사람 뿐 아니라 새, 그리고 산짐승에게도 땅을 치고도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은 있을 것이다. 발목 잘린 고양이가 한쪽으로만 발자국을 찍으며 지나가는 창, 그리고 그 창가에 날아드는 딱새 한 마리. 저 조그만 생명의 아픔과 희망을 보기 위해 시인은 적막의 벽에 창을 단 것이리라. 눈 덮인 숲, 조그만 집의 조그만 쪽문으로 겨울 해가 진다, 한 마리 상처 입은 짐승처럼 적막이 진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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