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운전석에 앉고 싶어 한다. 지난 6월말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을 인정받았다고 말했으며 그 다음 7월 베를린에서는 한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운전석에 앉겠다는 ‘운전사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 후 두 달이 지난 지금 돌아가는 사태를 보면 한국은 운전사는커녕 축구공이 된 느낌이다. 문재인이 그토록 대화하자고 매달리는 동안 북한은 미사일을 쏴대더니 마침내는 수소 폭탄 실험에까지 성공했다고 축배를 들고 있다.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한국에 대해서는 상대도 안된다는 듯 아예 무시하며 미국과의 협상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처음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박근혜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은 문재인에게 추파를 보냈지만 그 후 입장을 바꿔 배치를 강행하자 배신이라도 당했다는듯 “김치 먹고 멍청해졌다”는 등 막말을 늘어놓고 있다. 문재인은 블라디보스톡까지 날아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해 달라고 푸틴에게 간청했으나 “그렇게 하면 북한 주민 삶만 어려워진다”는 핑계로 일언지하에 거절 당했다.

일본과의 관계는 과거사와 위안부 문제로 꼬일대로 꼬인 상태고 미국의 트럼프로부터는 “북한에 대한 유화책은 통하지 않을 것”이란 핀잔만 들었다. 일부 일본 언론은 트럼프가 한국이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가 문재인 정부를 곱게 보지 않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문재인 정부가 ‘임시’라는 간판을 달기는 했지만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한미 갈등의 원인 제공자는 문재인과 현 집권 여당이다. 문재인은 대선 전 배치 재검토와 약속 존중 사이를 오락가락 했고 집권 여당 대표인 추미애는 “사드는 강력한 전자파를 발생시키며 사드 공포는 영구히 남을 것”이라느니 “실용성이 과장돼 있다”느니 “사드 배치 반대가 당론”이라느니 “사드는 패착이며 실익이 없을 것”이라느니 하며 배치 반대에 앞장섰다. 더불어 민주당의 손혜원과 표창원 의원은 성주를 방문해 전자파의 위험을 경고하며 그 배치를 조롱하는 사드 댄스까지 췄다.

정말 사드가 유해한가를 조사하기 위해 전자파 측정에 들어가자 사드 반대 단체들은 아예 측정자체를 하지 못하게 방해했으며 조사 결과 전자파 강도가 인체에 피해를 미치는 기준치의 0.007%로 나오자 이번 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나왔다. 문재인 정부 아래 실시된 조사 결과 인체에 무해한 것이 명백히 밝혀졌는데도 추미애, 손혜원, 표창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정부와 집권 여당을 어떤 동맹국이 믿을 수 있겠는가.

유엔 안보리는 이번 주 북한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내용은 북한 원유 공급 전면 중단과 김정은 개인에 대한 제재 등 원안에 비해서는 대폭 약화됐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작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제재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는 정작 실효있는 제재를 할 능력이 없음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와 추미애는 중국과 북한에 대해 쓸 수 있는 중요한 카드인 전술핵 배치와 자체 핵 개발을 아예 테이블에 올려놓지도 못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은 삐걱거리는데 북중러 연합은 공고하다. 한국의 축구공 신세는 상당 기간 계속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