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장에서 투우사들은 물레타라고 부르는 빨간 천을 마구 흔들어 황소를 흥분시킨다. 그러나 황소는 빨간 색을 보고 흥분하는 것은 아니다. 소과 동물들은 빨간 색을 구별 못하는 색맹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천의 색깔을 바꿔 실험해 본 결과 소의 흥분도는 색깔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이를 얼마나 심하게 흔드냐와 직결돼 있음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투우장에서 빨간 천을 사용하는 것은 빨간 색에 쉽게 흥분하는 관객들을 위한 것이다.
황소만큼 빨간 색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문재인 정권 인사들이다. 북한의 50~100kt급 수폭 실험 발표가 나온 직후 문재인의 외교 안보 스승으로 불리는 문정인 특보는 “북한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 안정성과 예측성, 정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통 15~17차례 실험을 한다고 얘기한다”며 따라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 관계자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단거리 미사일로 충분하며 발사 후 3분이면 서울 상공에 도착한다. 이것이 서울 한복판에 떨어지면 수십만이 즉사하고 서울 상공에서 터질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자파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통신망과 전자기를 이용하는 군장비 대부분이 마비된다. 이런 상황인데도 아직 레드라인이 아니라니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지 모르겠다. 하긴 레드라인을 넘었다 한들 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위협 축소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6일 북한이 동해 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쐈을 때도 미 태평양 사령부가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라고 확정 발표했음에도 청와대는 방사포라고 고집하다 나중에야 겨우 정정했다.
한미 간의 엇박자는 이보다 먼저 나기 시작했다. 문재인은 지난 달 “한반도에서의 군사 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버웰 벨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경우 미국은 군사 대응을 할 것이며 이 때 한국의 승인이나 협력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ICBM으로 자국을 공격하려 하는데 한국이 승인해주지 않는다고 군사행동을 못하고 쩔쩔매다 미사일 공격을 당하는 미국 대통령이 있다면 그는 그 날로 탄핵 당해 쫓겨날 것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이런 문재인 발언에 자극받은듯 북한 “달래기(appeasement)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트윗을 날렸다.
이런 와중에 집권 여당의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미국과 북한에 동시에 특사를 보내 대화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자”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여태까지 누가 동시에 특사를 보낼 줄 몰라 안 보냈는줄 아는가. 동시에 보내건 따로따로 보내건 순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이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인지 여부가 도무지 파악이 안되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조차 “지금은 대화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을까.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면 할수록 한 미간의 갈등은 커져갈 것이고 만에 하나 이에 신물이 난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날에는 한국은 북한의 핵 공갈에 고스란히 발가벗은채 노출되게 된다. 한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리더를 잘못 뽑은 개돼지들이 결과를 절실히 경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