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사에 남을만한 역사적인 복싱대결이 토요일인 26일 밤 라스베가스 T-모빌 아레나에서 벌어진다. 바로 UFC 격투기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와 복싱의 살아있는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미국, 49전 전승) 간의 154파운드 주니어 미들급 매치다.
맥그리거는 이 대결을 위해 복싱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그로서는 첫 복싱 경기가 되는 셈이다. 네바다 주 규정에 따르면 147파운드 이상 복싱 경기는 10온스 글러브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 대결만은 8온스 글러브 사용을 허가하기로 했다. UFC에서 4온스짜리 오픈핑거 글러브를 껴온 맥그리거에게 유리한 결정이다.
이 때문인지 경기일이 다가오면서 당초 복싱으로는 메이웨더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던 맥그리거에 돈을 거는 도박사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대결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도박사들이 추정한 메이웨더의 승리확률은 96%였다. 하지만 8월 중순 들어 이 확률은 80%로 낮아졌다. 아일랜드 파이터의 펀치력을 높이 산 도박사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도박업계에 따르면 경기가 임박하면서 베팅이 오히려 맥그리거에 몰리고 있다.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은 이를 “일식보다 더한 이변”이라고 비유하고 있을 정도다. 막판 맥그리거로 쏠리는 판돈은 열세 선수가 경기를 뒤집어 주길 바라는 ‘언더독 효과’의 반영으로도 보인다. 아무튼 ‘세기의 서커스’ 정도로 치부되던 매치가 의외의 명승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맥그리거의 도발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성사되기는 힘들 것처럼 보였던 수퍼매치가 이뤄진 것은 돈의 힘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메이웨더는 자신의 경기 스타일처럼 앞뒤를 철저히 재는 신중함으로 유명한 복서다. 그런 그가 이겨도 별 소득이 없을 맥그리거와의 복싱 대결을 받아들인 데는 천문학적 파이터 머니가 결정적 작용을 했다. 그가 이날 12라운드, 즉 30분 남짓 싸우고 받게 될 돈은 최소 2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큰 액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천문학적 수입이 가능한 것은 경기가 지닌 흥행성 덕분이다. “과연 누가 더 셀까”라는 호기심은 스포츠팬들, 특히 격투기 팬들에게는 원초적인 것이다. 특히 종목이 다를 경우 호기심은 한층 더 증폭된다. 이런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벌어졌던 가장 유명한 매치는 1976년 도쿄에서 이뤄진 무하마드 알리와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 간의 15라운드 대결이었다. ‘세기의 대결’로 기대를 보았던 이 경기는 결과적으로 ‘세기의 졸전’으로 끝났다.
중장년층이라면 이 대결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할 것이다. 알리와 이노키 대결은 15라운드 내내 드러눕고 빙빙 돌다 끝났지만 현재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종격투기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니 아무런 의미가 없는 대결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 대결에 “명분 없는 경기” “이름값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경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흥행은 결국 사람들의 관심과 주머니가 좌우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 논리이며 맥그리거-메이웨더 대결은 이런 공식에 충실한 산물일 뿐이다. 그러니 너무 진지하게 따지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데 이번 매치 역시 그럴까? ‘세기의 대결’이 될지 아니면 ‘세기의 서커스’로 끝나게 될지 이제 이틀 후면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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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려는 흥행사들의 쇼입니다. 권투와 UFC선수의 대결이 말이 안되는데 인기를 등에 업은 쇼가 되겠지요. 누가 이기던 지던 흥행사들은 아무 상관이 없고 판벌리고 어느쪽에 베팅하는지가 그들의 관심사 지요.이제 겜블판이 벌어지고 잔치가 열렸으니 그들의 목적은 달성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