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하순이 되면
나는 꿈꾸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가고, 날씨가 추워지고
잎들은 빛이 바래어갈 가을날을. 모든 것이
조용해지고 여름은 그들 속에서 앙상해질 것이다.
8월이 깊어 가면
나는 향수에 젖는다, 다가올 것에 대해,
조용한 시간, 혼자의 시간, 평화와 고요, 차분함,
모두 여름이 갖지 못한 것들이다. 어느새 나무간은
그득하고, 불쏘시개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마지막 수확을 마친 들판, 이제
아무 할 일도 없다
다만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바라볼 뿐.
세상은 얼어붙고, 그리고
겨울이 올 것이다
David Budbill ‘8월을 보내며’
임혜신 옮김
8월 하순에 접어드는 폭양은 아직 뜨겁기만 하다. 하지만 혼잡함과 뒤섞인 뜨거운 열망 속으로 가을은 소리 없이 잠입하고 있다. 추수 끝낸 벌판의 고요,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다가올 빙설의 세상을 꿈꾸는 이들. 땔감이 가득한 겨울에의 꿈은 안온하다. 기승을 부리는 8월의 끝자락에서 깨어나는 겨울 상상력. 성장을 멈춘 내면의 세상, 그 시간, 그 계절을 향한 아름다운 상실의 꿈. 비록 사시사철 현실의 언덕은 가파를 지라 하여도 꿈꾸는 자는 언제나 그 꿈만큼 행복하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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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Budb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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