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채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첫 올림픽이었던 1988년 같은 뜨거운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준비위원회는 내년 2월9일부터 2월25일까지 벌어지는 전 세계인들의 스포츠 제전을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주지역에서도 후원회를 조직해 본격적인 홍보활동에 들어갔다.
평창올림픽의 성패를 가르게 될 요인들은 많다. 철저한 준비를 통한 원활한 대회 진행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또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펼치는 명승부가 이어진다면 대회 흥행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고 평창올림픽을 각인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회 관계자들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스포츠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변수, 즉 북한이다. 북한 핵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올림픽 관계자들은 한반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 시점에 자칫 북한에 의한 도발이 발생할 경우 대회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의한 영향은 미미하게나마 이미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웜비어의 사망으로 북미관계가 냉각되면서 평창올림픽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국인들이 늘었다. 오랫동안 올림픽을 중계해온 미디어 기업 NBC유니버설은 대형 광고주들에게 올림픽 티켓과 파티로 보답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상황을 둘러싼 불안이 높아지자 평창올림픽 광고주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 뿐 아니라 선수들도 북한의 도발이 올림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정치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동계올림픽 루지 부분 동메달리스트인 미국의 에린 햄린은 텍스트를 통해 “큰 적대감이 오가고 있다는 뉴스는 불편하다. 그러나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는 만큼 팀과 미국을 대표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평창 올림픽 안전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많은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올림픽을 망치기 위해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은 일단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IOC와 유엔총회는 올림픽 기간 중 불상사를 막기 위해 과거처럼 올림픽을 전후한 국제 휴전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상황이 심각해진다 해도 올림픽 개최지를 변경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 올림픽이 열리지 못한 경우는 1차 대전 중 1916년 동계올림픽과 2차 대전 중 1940년과 44년 동계 및 하계 올림픽뿐이었다. 그 외에는 국지적 전쟁이나 갈등 상황 속에서도 올림픽은 빠짐없이 열려왔다.
동계와 하계올림픽을 17차례나 취재한 베테런 스포츠 기자 크리스틴 브레넌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의 한반도 안보상황을 회상하면서 “위협과 우려가 제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이 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비록 정치적 상황이 엄중하지만 평창올림픽은 무사히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묻어난다.
작금의 한반도 정세는 분명 평창올림픽에 긍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갈등상황을 정치적 외교적으로 잘 풀어낸다면 단순한 ‘북한 변수’ 관리를 넘어 북한의 참가까지 유도해내는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평창올림픽은 팽팽한 긴장 속에 열린 대회가 아니라 모처럼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고 한반도 평화에도 기여한 대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큰 기회는 항상 위기 속에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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