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자 가운데 인종 차별의 이론적 바탕을 처음 마련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인과 노예 근성이 있는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자유인 기질이 있는 사람은 주로 자신과 같은 그리스인이며 노예 기질이 있는 사람은 그리스인이 아닌 ‘야만인’(barbarian)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서양 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2,00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 가장 위대한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불리는 칸트도 “노란 피부색의 인디언은 재능이 미미하며 흑인은 그 아래”라고 적었다.
19세기 들어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펴내자 인류의 역사를 인종 간의 경쟁으로 보는 사관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다윈주의’라고 불리는 이 사상은 백인들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백인들이 태생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이며 원래 열등한 유색 인종들은 백인들의 통치를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런 사상이 흑인 노예와 식민지 유색 인종들을 착취하는 이론적 도구로 이용됐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나치의 아리안 우월주의다. 그들은 세계 인종을 아리안 민족과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그 바닥에 있는 인종은 해충과 같기 때문에 박멸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인종 중 가장 질이 낮은 것으로 분류된 유대인이 600만이나 대량 학살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지만 피해를 본 것은 유대인만이 아니었다. 아리안 밑에 있는 ‘하급 인종’으로 분류된 슬라브계도 혹독한 피해를 봤다. 이에 속한 폴란드인 250만, 세르비아인 50만이 살해됐고 소련군 포로들은 미국이나 영국군에 비해 월등히 열악한 처우 속에 무더기로 죽어나갔다.
그러나 한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지 오래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조차 인간은 원래 한 종이며 정신적 능력이 취향, 습관이란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모든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공통의 조상을 갖고 있으며 유전자의 99.9%가 같다는 사실은 지난 수십년 간 유전공학이 밝혀낸 중요한 업적의 하나다. 피부색과 머리털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있지만 인종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부색에 따라 편을 가르고 차별하려는 성향은 인간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부족을 이루고 국가를 세워 생활을 하는 동안 이렇게 피아를 구분해 이방인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함으로써 내부를 단합하는 게 오랜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백인들이 신대륙에 오자마자 흑인 노예를 수입하고 인디언을 학살한 아메리카 대륙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흑인 노예가 해방된 지 150년이 지나고 흑인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미국에서는 유색 인종에 대한 편견이 뿌리를 깊게 드리우고 있다. 보통 때는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어떤 계기가 생기면 불쑥 고개를 내민다.
지난 주말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 우월주의자 시위가 그 한 예다. 나치를 신봉하는 20살 백인 남성이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던 백인 여성을 차로 깔아뭉개 죽이고 19명을 다치게 했다. 이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고 횡설수설이다.
이런 인간이 미국 대통령이란 사실이 참 딱하다. 인종 차별주의와의 싸움은 인류가 존재하는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잘쓴글이네요. 이런 인종차별과 분리정책을 막으려는데 늘 앞장섰던것이 미국이고 미국의 그런 정책으로 전세계 국가들로 부터 존경을 받아왔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후 그런 존경과 미국이 누리던 세계리더로서의 자리를 잃고 있지요. 시간은 가고 바로 고칠날이 옵니다.
지적이고 격조 높은 글인데 아랫놈은 이해못하는 것을 보니 학교 문턱에도 못가본 놈이네. 평소 책이라도 읽어 지적 수준이라도 올리던가.
트럼프가 횡설수설? 이 글 자체가 횡설수설 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