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이야기
이야기
고대인들에게 해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었을 것이다. 어둠과 추위를 몰아내는 것은 물론 그들의 밥줄인 농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해가 없어진다는 것은 곧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의미에서 대낮에 해가 사라지는 일식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식은 곧 끝나며 주기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고대인들에게 언제 이것이 일어나느냐를 예측하는 것보다 더 큰 관심사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이를 위해 일찍부터 일식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에는 기원전 3340년 11월 30일 일어난 일식이 돌판에 기록돼 있으며 기원전 1123년 3월 5일 일식은 시리아 흙판에 적혀 있다. 중국에는 기원전 2000년전부터 4,000년 동안의 일식 기록이 보관돼 있다.
일식은 때로는 학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원리를 발표한 이래 아인슈타인과 뉴턴 중 누구 주장이 옳은가는 학계의 치열한 논란 거리였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태양의 중력은 별빛도 휘게 하기 때문에 태양 뒤에 있는 별들은 실제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뉴턴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도 그 차이는 미미해야 한다. 누구 주장이 옳은가는 태양 뒤에 있는 별의 위치를 관측하는 것인데 보통 때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개기 일식만이 이를 가능케 한다.
천문학계는 1919년 5월 29일 남미에서 아프리카에 걸쳐 발생하는 일식 때 탐사단을 두 곳으로 보내 태양 뒤 별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토록 했다. 학계는 이에 앞서 1914년에도 크림 반도에 탐사단을 보내 같은 시도를 했으나 제1차 대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파견된 천문학자가 스파이로 몰려 체포돼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1919년 탐사 책임자인 영국의 아더 에딩턴은 관측 자료를 정밀 분석한 끝에 별의 위치가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것만큼 어긋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200년이 넘게 서구 물리학계를 지배해 온 뉴턴 물리학이 아인슈타인에게 자리를 넘겨준 순간이었다. 누구 이론이 옳고 그른가가 이처럼 선명하게 판가름난 경우는 물리학사상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 미국 천문학계와 아마추어 천문 애호가들은 일식 열풍에 휩싸여 있다. 오는 21일 아침 9시부터 태평양 연안 오리건주부터 동부 사우스 캐롤라이나 일대에 걸쳐 개기 일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태양이 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리는 개기 일식만큼 신비하고 아름다운 현상은 지구 상에 없다고 한다. 단 눈을 보호하기 위한 특수 안경 착용은 필수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데다 이번처럼 인구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에 이번 일식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미 일식이 일어나는 지역의 항공료와 숙박료, 자동차 렌트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그나마 구할 수 없는 곳도 많다. 있더라도 하룻 밤 방 하나에 1,000달러, 렌트카 하루 요금 1,000달러는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기회를 놓친다 하더라도 일식은 다시 찾아온다. 다음 미국 본토를 지나는 개기 일식은 2024년 4월 8일로 예정돼 있다. 이 때는 멕시코에서 텍사스를 거쳐 메인에 이르는 지역 주민들이 일식을 감상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면 죽기 전에 한 번 개기 일식의 장관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