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무렵이나 오후 두 시 쯤이나
하여간 좀 덜 부끄러운 시간에
옛날에 우리 학교 다닐 때처럼
일제히 사이렌이 울리고
걸어가던 사람이, 아직 누워 있던 사람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방공호 같은 데, 혹은 그늘 밑, 담장 밑,
다리 밑, 공중화장실 뒤
하여간 좀 덜 부끄러운 곳에
모여서 숨어서
법적으로 의무적으로
한 십 분쯤 우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면 다시 걸어도
다시 누워도 오후 서너 시가 되어도
이 땅에서 어른으로 사는 게
좀 덜 부끄러워도 지는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막지 못했으니, 스스로 죄인이라 울고 싶은 사람이 있다.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우리들 모두 똑같이 잘못했으니 다들 하루에 한 번 씩 울면서 속죄했으면 좋겠다는 이가 있다. 한 10분쯤이야 낮잠으로 사라지거나 기도로 없어진다 해도 세상 굴러가는데 문제가 생길 리 없고, 하루에 10분씩 모두 운다고 하여 세상이 변할 리도 없다. 하지만, 모두가 하루에 한 10분씩 눈물로 속죄한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눈 먼 욕망의 세상을 서로서로 견딜 수 있을 것도 같지 않은가.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울지도 않은 이 더러운 세상을... 임혜신<시인>
<
피재현(196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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