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끓일 때 나오는 증기의 힘에 인류가 주목한 지는 오래됐다. 기원 1세기 알렉산드리아의 헤로가 증기의 힘을 이용해 돌아가는 공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장난감 수준에 머물렀을 뿐 인간의 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증기의 힘을 이용해 인간의 삶을 바꾸는데 처음 기여한 사람은 영국의 토마스 뉴코멘이다. 1712년 첫 선을 보인 뉴코멘 엔진은 광산에 고인 물을 퍼 올리는데 효과적임을 입증, 광산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훗날 산업 혁명의 상징으로 불리는 제임스 와트의 증기 기관은 그의 모델을 개량한 것이다.
1776년 상용화에 성공한 와트의 증기 기관은 공장과 기관차에 널리 쓰이며 산업 혁명에 불을 당겼지만 이를 자동차에 사용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외연 기관인 와트 엔진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동력 기관으로 쓰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는 1864년 독일의 니콜라우스 오토가 내연 기관 특허를 내면서 가능해졌다. 1876년에는 오토가 고트리브 다임러와 빌헬름 마이바흐와 함께 농축 4기통 엔진을 개발했고 1879년에는 칼 벤츠가 2단 개스 엔진 특허를 냈다. 1892년에는 루돌프 디젤이 첫 농축 점화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모두 독일인들이다. 다임러 벤츠와 마이바흐가 모두 고급차의 대명사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차의 대부분은 이들이 발명한 내연 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차도 역사는 길다. 전기로 가는 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80년대로 내연 기관과 비슷하지만 성능에서 크게 뒤져 각광을 받지 못했다. 이것이 다시 일반에 선 보인 것은 2008년이다. 배터리 성능 향상과 충전소 확대, 세제 지원 등으로 판매가 늘고는 있지만 현재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00만 대 정도로 내연 기관 차 판매량 7,800만대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그러나 다윗과 골리앗 같은 이 싸움은 다윗의 승리로 돌아갈 것 같다. 세계 각국 정부가 잇달아 내연차 축출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2040년부터 휘발유와 디젤로 움직이는 모든 차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이번 주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영국은 전기차와 충전소 지원에 1억 파운드를 쓸 예정이다.
프랑스는 이미 2040년까지 내연차 판매 중단을 밝힌 바 있고 스웨덴의 볼보는 2019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할 계획이다. 친환경 선진국인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모든 차량에 무공해 엔진 장착을 의무화했다.
내연기관의 고향과도 같은 독일은 다소 더디기는 하지만 2030년까지 개솔린 차 판매 중단을 논의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도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협회는 이럴 경우 자동차 산업에서 일자리 42만6000개, 연관 산업에선 약 13만개 일자리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했으나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자동차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미국만 내연 기관 퇴출을 망설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친환경 청정 지역 제주도가 전기차 보급에 앞장서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상업용 차량을 100%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미 한국에 보급돼 있는 전기차의 절반에 가까운 2,400여대가 제주도에 있다.
내연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 개스가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이제 의심의 여지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 전체가 제주도처럼 될 날이 머지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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