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실리콘밸리를 견학하러 온 모교 학생들에게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소프트웨어와 창업에 대해 배우는 수업인데 미국 테크 회사들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강연 준비를 하다 보니 십년 이상 어린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좋을지 고민이었다. 미국에서 일하며 배운 점들을 아낌없이 전해주고자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기업은 멋지다’ 혹은 ‘누구나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 식의 핑크 빛 환상을 심어 주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문계 출신으로 아마존과 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기까지 내가 겪은 다양한 경험들, 실패들, 그 실패들을 극복하기 위해 취했던 노력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학교생활은 어떤지, 취업은 요즘도 어려운지, 창업에 왜 관심이 생겼고, 어떻게 창업을 하고 싶은지 생각을 나누었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청년 창업은 드문 일이었다. 창업을 하더라도 주로 요식업이나 온오프라인에서 소비재를 유통 판매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정부에서 적극 장려하고 다양한 지자체와 기업들이 지원금을 제공하면서 청년 창업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다만 이런 트렌드의 위험성은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미국에 수많은 스타트 업이 있는데 이삼 년을 못 버티고 망하는 곳들이 대다수이다. 에어비앤비나우버 같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는 수 만 개 중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다 보니 창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은데 다들 고비가 많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안정적인 수익 모델과 넓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단계까지 가는 과정에서 많은 장애물들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창업에서 중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일단 팀이 중요하다. 창업은 외롭고 힘들다. 때문에 뚜렷한 비전을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에너지를 북돋아줄 수 있는 팀원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차별화이다. 다들 한번쯤 기똥찬 아이디어라고 기뻐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해서 머쓱했던 적 있지 않은가? 세 번째는 스피드이다. 내가 아이디어에 머물러 있을 때 다른 사람은 이미 시제품을 만들고 있고, 주춤하는 사이에 후발 주자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
네 번째는 돈의 흐름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연봉은 10만달러 이상이다. 거기에 임대료나 운영비를 합치면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월 몇 만 달러를 쓰게 되는데 반면 초기 수익은 몇 백 달러도 안 되는 곳이 부지기수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창업을 하는 이유는 내가 만든 서비스나 제품이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대다수는 대세에 지장은 없지만 몇 프로 부족하고 불편했던 무언가에 가치를 부여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 글을 빌어 오늘도 열일하는 창업가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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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시스코 선임프로덕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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