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chard Brautigan 임혜신 옮김
내가 메기로 살아가야 한다면
연못의 제일 깊은 곳
이 피부와 수염의 교수대에서,
그리고 거기, 어느 저녁 무렵
당신이 찾아온다면
나의 깊고 어두운 집에
달빛이 내려 빛날 때,
내 애정의 가장자리에
당신이 서서
‘이 연못가, 참 아름답네. 누가
날 사랑해 준다면 좋겠어‘생각한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하겠어, 그리고 당신의
메기 친구가 되겠어
쓸쓸한 생각을 당신에게서 몰아내면
당신은 문득 평화로워지겠지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겠지
‘저 연못 속에 메기가 있을까?
그들이 살기에 딱 좋은 장소이겠는 걸.‘
메기와 여인과 연못과 외로움과 사랑, 이것이 정말 사랑의 이야기이든 아니든 그 황당한 설정부터 참 재미있다. 이렇게 맺은 물고기와 여인의 인연은 가벼운 듯도 하고 참 깊은 듯도 하다. 서로 주고받을 것 하나 없는, 두 생명 사이에 영원처럼 깊은 풍요의 연못이 숨 쉬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얼마나 불행한 설정인가. 그러나 아니다. 메기와 여인이 있는 정경은 그 어떤 사랑 순간 못지않게 빛난다. 빛나기 위해선 사랑도, 이 세상 무수한 것들처럼 그 스스로의 이름을 깨고 나와야만 한다. 수많은 이야기가 시작될 듯한, 아름다운 달빛의 연못이다.
임혜신<시인>
<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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