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당의 프랑스와 올랑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부자와 금융권을 적으로 돌렸다. 연소득 100만 유로 이상의 고소득자에게는 75%에 달하는 징벌적 세금을 물렸다. 프랑스 부자들은 줄줄이 이웃 벨기에나 다른 나라로 이주했고 프랑스 ‘국민 배우’로 불리던 제라르 드파르디유도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했다. ‘국민 배우’ 타이틀도 중과세 앞에는 휴지 조각이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처럼 부자와 금융권의 거센 반발 속에 이뤄진 부자 증세 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부자들이 이처럼 도주하는 바람에 세금은 별로 걷지 못한 채 국내외 투자 열기만 싸늘하게 식어 가뜩이나 겨우 숨을 쉬고 있는 프랑스 경제가 빈사 상태에 빠진 것이다. 결국 올랑드는 2년 만에 이를 포기하고 최고 세율을 45%로 낮췄지만 이미 늦었다. 실업률이 10%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경제 성장률은 1%대에 머물자 올랑드의 인기는 한 자리 수로 침몰하고 결국 재선 도전조차 포기하고 말았다.
그 결과가 마크롱 돌풍이다. 작년까지 무명이나 다름없던 에마뉘엘 마크롱은 노동 세제 개혁을 통한 위대한 프랑스의 부활을 약속하며 올 대선에서 압승하고 그 여세를 몰아 총선에서도 그가 이끄는 ‘전진하는 공화국’과 그 우당을 의석 0에서 절대 다수당으로 만들었다.
그 마크롱이 내년부터 고소득자들의 세금을 낮추는 부자 감세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는 지금 50~60%로 돼 있는 130만 유로 이상 자산 보유자에 대한 세율을 30%로 낮추고 금융 투자 소득에 대해서는 아예 부유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정부는 또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마련을 위해 현행 33.3%인 법인세를 25%로 내릴 방침이다. 마크롱은 또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고 법정 노동 시간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노동 개혁도 추진 중이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G 20 회담에서 마크롱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된 자신과 마크롱이 공통점이 많다며 “정치 철학이 저와 아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이 한국에서 펴고 있는 조세 정책의 방향은 마크롱과는 정반대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세 최고 세율 40%를 현 5억 초과에서 3억 초과로 낮춰 고소득자 증세를 시행하고 상속 증여 자진 납부시 시행하던 감세 혜택을 7%에서 3%로 줄임으로써 부자에 대한 세금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행 법인세도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며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과 복지 혜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다행히 수출 증가 등 경기가 회복되면서 세수가 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세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한국처럼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부자 증세를 통해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라는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증세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감세가 이를 촉진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지난 30년 간 가장 호시절로 분류되는 80년대의 호황은 두 차례에 걸친 레이건의 대대적 세제 개혁과 감세 정책의 결과다. 이와 정반대의 길을 간 올랑드의 정치 생명이 어떻게 끝났는가는 이미 살펴본 바 있다.
스스로 마크롱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문재인은 올랑드와 마크롱 두 프랑스 지도자 중 누구의 뒤를 따를 것인지 곰곰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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