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다라는 동물이 언제부터 인간의 사랑을 받게 됐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72년부터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력히 원했던 중국은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기념해 링링과 싱싱이라는 두 마리의 팬다를 미국에 선물로 줬다.
당시 퍼스트 레이디이던 팻 닉슨은 이를 워싱턴에 있는 국립 동물원에 기증했으며 대대적인 환영 행사도 열었다. 이 행사에는 2만 명의 미국인들이 참석했으며 팬다를 보겠다고 그 해 한 해에만 110만 명의 관람객이 이 동물원을 찾았다.
팬다의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한 중국은 그 후로 팬다를 동물 친선 사절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1974년에는 영국의 에드워드 히드 총리가 중국을 방문, 팬다를 달라고 요청해 치아치아와 칭칭이 런던 동물원에 오게 됐다. 2008년에는 우여곡절 끝에 대만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팬다가 대만으로 날아갔고 같은 해 후진타오는 두 마리의 팬다를 일본에 보내줬다. 몇 년 전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 있던 팬다가 새끼를 낳자 동물원 측은 국가적 경사라도 벌어진 듯 대대적 축하 파티를 연 적이 있다.
한국도 박근혜와 시진핑의 우의가 돈독하던 시절 중국이 팬다 두 마리를 보내줘 지금 에버랜드 동물원에 살고 있다. 이곳에 온 팬다는 어디에서나 그렇듯 냉난방 설비가 완비된 우리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동물로 태어날 바에야 반드시 팬다로 태어나야 할 것 같다.
팬다는 중국의 외교적 자산일 뿐 아니라 돈벌이 역할도 톡톡히 한다. 중국이 외국에 보내는 팬다는 모두 대여로 1년에 100만 달러에 달하는 대여료를 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낳는 아기 팬다는 중국 소유로 중국으로 돌려 보내야 한다. 그래도 세계 각국 동물원들은 팬다 한 쌍 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팬다는 중국 밖에서는 살지 않기 때문에 구할 수가 없는데다 비싼 돈을 내고 데려 와도 입장객 증가로 이를 만회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팬다는 여러모로 특이한 동물이다. 사는 곳이 중국의 쓰촨성에 국한돼 있고 곰의 일종이지만 거의 100% 대나무만 먹고 산다. 영양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깨어 있는 시간 거의 내내 대나무를 씹는 것으로 보낸다. 한 때 멸종 위기에 처했던 팬다는 중국 정부의 지극한 보호로 지금은 야생 개체수가 2,000마리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쓰촨성에는 팬다 보호소가 있는데 여기에 수십 마리 아기 팬다가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왜 전 세계인이 팬다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지난 주 독일에서 열린 G20 회의 기간 중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은 베를린 동물원을 찾았다. 양국 우호를 다지며 중국이 독일에 선물한 팬다 두 마리를 보기 위해서다. 1,400종의 동물 2만 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베를린 동물원은 1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연 33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유럽 최대 동물원이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로 상징되는 자국 제일주의와 신 고립주의라는 어리석은 정책을 펴고 있는 사이 유럽의 강자인 독일과 아시아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손을 잡고 세계를 리드해 가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팬다가 중국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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