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대전 말기인 1945년 영국 런던은 공습 경보도 없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탄 세례를 받았다. 이미 전세를 되돌리기에는 늦었지만 무방비 상태로 당해야 했던 런던 시민들에게 이들 폭탄은 공포 그 자체였다. 독일이 개발한 신무기 V2 로켓은 그렇게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이 무기를 개발한 사람은 베르너 폰 브라운이다. 전쟁 중 “전세가 독일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을 했다 게슈타포에 체포되기도 했지만 “이 사람 없이는 로켓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알베르트 슈페르 전수장관의 건의에 따라 히틀러의 특별 명령으로 풀려났다.
독일 항복이 임박해진 1945년 4월 그는 “적의 손에 넘어갈 것 같으면 처형하라”는 지시를 받은 SS대원의 감시를 따돌리고 “성경의 인도를 받는 나라가 그 무기를 가져야 세상이 안전할 것 같아” 미국에 투항한다. 미국이 훗날 새턴 로켓을 쏘아 올리고 아폴로 호로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것은 그의 공이 컸다.
베를린을 포함한 동독 지역을 접수한 소련의 최우선 관심사도 독일의 로켓 과학자들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소련도 로켓의 전략적 가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련이 인류 최초로 인공 위성 스푸트닉 발사에 성공하고 유리 가가린이 최초의 우주인이 된 것은 독일 과학자들 덕분이다.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인도, 이스라엘에 이어 6번째 ICBM 보유 국가가 있다. 이 미사일은 6,000km를 날아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는지, 이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수천 도의 열을 견딜 수 있는 장비도 완성됐는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시간 문제라 봐야 한다.
김정은은 이 미사일을 미 독립기념일에 맞춰 발사함으로써 북한 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트윗을 날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문제에 관해 한국이 운전석에 안게 됐으며 한미 정상 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고 자화자찬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정은은 미사일을 쏘면서 “독립절을 기념해 우리가 보낸 선물 보따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주자”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 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과 미국이 어떤 당근을 내놓더라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이보다 더 분명히 표시할 수는 없다.
이런 김정은의 입장은 한국의 햇볕론자에게는 비이성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름 논리가 뚜렷하다. 김정은은 미국의 당근 약속에 속아 핵을 포기했던 리비아 무아마르 가다피와 대량 살상 무기가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허풍을 떨었던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운명이 어떻게 됐는지 잘 알고 있다.
거기다 핵과 미사일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 사업이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 발톱을 뽑고 조상의 유훈을 저버리는 일이다. 또 북한 장사정포가 서울을 볼모로 잡고 있는 한 한미의 군사적 옵션은 없고 중국과 러시아가 결국 자신을 버리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있다.
한국의 좌파와 ‘진보’ 세력은 지난 5년간 남북 관계 파탄을 박근혜 탓으로 돌리고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즉각 재개를 요구해왔다. 이들이 문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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