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1월 27일 올리버 스미스 소장이 이끄는 미 해병 1사단은 개마고원의 장진호 인근에서 12만 중공군의 공격을 받는다. 중국 9군단 소속 이들 병력은 최정예로 해병 1사단을 비롯한 북한 동쪽의 연합군을 섬멸하라는 모택동의 지령을 받고 이곳으로 급파된 것이다.
10배 가까운 숫자의 적과 만나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혹한 속에서 17일간 사투를 벌인 1사단은 극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흥남까지 철수하는데 성공한다. 보급로 확보 등 스미스 소장의 치밀한 준비와 미 공군의 지원 등이 주효했지만 1만여 미 해병 전사들의 투지와 전우애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제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른 스탈린그라드와 함께 ‘세계 2대 겨울 전투’로 불리는 장진호 전투에서 미군은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중공군 7개 사단에 궤멸적 타격을 입혔고 이들의 흥남 진출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
당시 장진호 전투는 치욕적인 미국의 패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그곳에서 미군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193척의 배를 동원해 10만 명의 미군과 한국군, 10만 명의 피난민을 배로 실어 나른 흥남 철수 작전도 없었을 것이다. 이 철수가 있었기에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물론 미군이 다시 전열을 정비해 중공군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 중 한 척인 메러디스 빅토리 호는 무기 등 화물을 버리고 1만4,000명의 피난민을 실어 날랐는데 지금까지 한 배에 가장 많은 사람을 태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발 하나 디딜 틈없이 빽빽하게 사람이 탄 와중에도 이 배 안에서 5명의 아이가 태어났으며 크리스마스 이브 부산항에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도착했고 이틀 뒤 난민을 거제도에 내려줬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훗날 “그 때 내 배를 몬 것은 하나님의 손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다”고 회상했다. 이 배가 ‘기적의 배’로 불리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배에 타고 있던 난민의 하나가 지금 한국의 대통령인 문재인의 아버지다.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첫 행사로 버지니아 콴티코 해병대 박물관에 세워진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를 택했다 한다. 매우 적절한 일이다. 이 기념비 설립은 한 때 민주당이 반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한미 혈맹 관계를 확인하고 문재인의 개인적 스토리를 미국 조야에 알리는데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총 건립 예산의 절반을 한국 정부가 대 지난 달 개막한 이 기념비는 8각 모양에 장진호 전투가 벌어진 함경남도 장진군 고토리 지역을 상징하는 ‘고토리의 별’ 조각이 위에 달려 있다. ‘고토리의 별’은 전투 당시 잠시 눈보라가 그치고 하늘 위에서 반짝이는 별을 본 병사들이 힘을 내 포위망을 뚫은 일을 기념하는 것으로 이 전투 참가자들이 달고 있는 배지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기름이 얼어붙어 차의 시동이 안 걸리고 총알도 발사되지 않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미군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12만 중공군은 건재했고 흥남의 10만 한국군과 미군은 궤멸됐을 것이다. 그 후 한국전의 상황은 매우 달리 전개됐을 것이며 문재인이 한국의 대통령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고토리의 별’이 사드 등을 둘러싼 한미 양국 간의 갈등을 씻고 더욱 돈독한 양국 관계를 상징하는 희망의 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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