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일드’ (The Beguiled)
▶ 칸영화제 감독상이 무색
‘비가일드’ (The Beguiled) ★★½

교장 마사(왼쪽서 네번째) 일행이 북군 존을 대접하고 있다.
필자는 데이빗 린치 감독의 ‘와일드 앳 하트’에게 작품상을 준 칸영화제를 불신하는데 지난 5월 ‘비가일드’를 연출한 소피아 코폴라(프랜시스 코폴라의 딸)에게 감독상을 주는 것을 보고 한층 더 불신하게 됐다. 도대체 이런 폼만 재는 영화를 감독한 사람에게 상을 준 것이 불가사의할 뿐이다.
소피아는 사람도 침착하고 조용하며 연출도 착 가라앉다시피 차분한데 이 영화는 차분하다 못해 무기력할 정도다. 보는 사람 맥 빠지게 하는 영화로 스타일만 있지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 개발이나 얘기가 다 턱 없이 모자라고 지지부진하다.
크림 빛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학교 맨션 안을 오락가락하다 마는데 작품이 지닌 열정과 라이벌 의식과 질투와 배신과 적대감이 내 뿜어야 하는 열기가 하나도 안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도 마찬가지. 이 영화는 지난 1971년 단 시겔이 감독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다.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파고드는 햇빛을 찍은 첫 장면부터 촬영과 조명은 좋다. 따라서 외화내빈의 작품이다. 포성이 멀리서 끊임없이 울리면서 남북전쟁 중임을 알려준다. 미 남부 버지니아주의 여자전용 기숙사학교의 한 학생이 버섯을 따러 나갔다가 중상을 입은 북군 존 맥버니(칼린 패럴)를 발견, 학교로 데려간다.
학교에는 교장 마사(니콜 키드만)와 교사 에드위나(커스튼 던스트) 그리고 상급생 알리시아(엘리 패닝) 외에 4명의 여학생만 있다. 이런 여자들의 세계에 잘 생기고 신체 건강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여자들 사이에 성적 욕망과 경쟁의식 그리고 질투와 적대감이 악성 전염병처럼 번진다. 존은 여자들의 이런 심중을 파악하고 자신의 매력을 사방팔방에 흩뿌리는데 그 중에서도 에드위나와 눈이 맞아 욕정을 불사른다. 그런데 과연 존은 에드위나를 사랑하는 것인가.
마지막은 여자들이 자신들의 죄(?)에 대한 ‘메아 쿨파’ 식으로 폭력적으로 끝이 나는데 무슨 해괴한 공포영화나 괴물영화를 보는 것 같다. 배우들 간의 교감도 매우 모자라는 성장이 제대로 안된 미숙한 작품이다.
R. 아크라이트와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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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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