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족이 런던으로 여행을 가있는 동안 영국 맨체스터에서 콘서트 장 테러 소식이 전해지더니 그 가족이 돌아온 지 3일도 채 안되어 런던 시내에서 또 테러가 발생했다.
런던을 아직 방문해본 적이 없어서 ‘런던’ 하면 떠오르는 것이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노래 정도였는데, 테러리스트들이 그 노래 가사를 실현하고 싶어 했다는 건 꽤나 큰 충격이다.
친구가족이 무사히 돌아와서 천만 다행이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전 세계 곳곳의 테러 소식은 불안감을 점점 더 높이고 있는 것 같다. 한 지인은 오는 8월 프랑스에서 친구 결혼식이 있어 비행기 표를 알아보았는데, 가격이 평소의 50% 수준이라 놀랐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니스 테러와 그 이후 소식들 때문에 사람들이 프랑스 여행을 좀 꺼리는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한국은 사실 아직도 휴전상태이다. 한국에서 전쟁 혹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항상 있어 왔고 이는 어쩌면 타 지역 테러 가능성보다 높을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꽤 긴박한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의 일상은 여느 때처럼 돌아가고는 했다. 지금도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실험으로 국내외 상황이 불안하기 그지없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북한은 항상 저랬으니까’ 하는 생각이 들며 평소 같은 일상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반면 미국에서 벌어지는 테러는 어느 새 내 마음 깊숙이 일종의 두려움을 심고 있었음을 얼마 전 깨달았다. 친구가 근무하는 회사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매년 워싱턴 DC의 야구팀인 내셔널스 경기 표를 나눠주었다. 친구 덕분에 나도 매년 표 한장을 얻곤 하였다. 올해도 경기장 주변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에서 나오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 “이런 사설 주차장에서 폭발물 몇 개 터뜨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 걸~”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나는 워싱턴 D.C. 근처 매릴랜드에 있었다. 당시 뉴욕과 워싱턴에 있던 친척과 지인들은 테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도시 밖으로 나오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공항 검색을 비롯, 보안관련 규정들이 강화돼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그렇다고 사람 많은 장소에 가는 것을 꺼려하거나 걱정해 본 적은 없었다.
테러가 반복되는 탓이었을까. 작년부터 좀 바뀌었다. 지난해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러 가려고 계획하던 중 갑자기 “만약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 여름도 그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한 것 같다.
사실 테러로 죽을 확률은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 보다 낮다고 한다. 이를 믿는 나도 이러니 테러 방지를 이유로 외국인 입국규정들을 강화하는 게 어쩌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려움 완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기가 설사 우리의 두려움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한국 좀비 영화 ‘부산행’에도 나왔듯이 두려움은 오히려 더 많은 비극을 낳는다. 반복되는 테러로 사람들이 두려움에 빠지고 그래서 더 큰 비극을 초래 하는 것이 바로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바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올 여름 나는 학회 때문에 취리히까지 가면서도 다른 유럽 도시들을 돌아볼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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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승 매릴랜드대 교육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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