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득히 잊혀진 이름이지만 미국에는 댄 퀘일이라는인물이 있었다. 아버지 부시 밑에서 부통령으로 있던 그는한 때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1992년 뉴저지에서 그의 정치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초등학교를 방문한 퀘일은 스펠링 비 대회를 이끌다 선생이 잘못 적은 카드를 받아들고 윌리엄 피게로아라는 6학년생이 ‘potato’라고 쓰자 끝에 불필요한 ‘e’를 붙여 고쳐줬다. 언론은 그 후 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으며 어린 피게로아 학생조차 이 사건은 “부통령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보여줬다. 그는 백치다”라고 말했다. 퀘일은 그 후 다시는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퀘일보다 100배쯤은 잘못을 거듭하고도 아직 버젓이 버티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지난 주 트위터에 ‘Despite the constant negative press covfefe’라는 글을 남겼다. 과연 이 ‘covfefe’라는 단어는 무엇일까. 문맥으로 보면 ‘계속되는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도 불구하고’라는 뜻 같은데 오타치고는 상당히 심한 오타다. 이 트윗은 트럼프의 주요 정책에 관한 5개 트윗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재트윗되고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오타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도 이번 한 번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정도가 아니다. 트럼프 백악관은 올초 언론이 테러 공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자료를 내보내며 ‘공격자’라는 뜻의 ‘attacker’와 관련된 단어를 27번이나 잘못 썼다. ‘샌 버나디노’ 스펠링에는 r이 빠졌고 ‘Denmark’는 ‘Denmakr’가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에 관한 트윗을 날리면서 ‘전례가 없다’는 뜻의 ‘unprecedented’ 를 ‘unpresidented’로 썼고 취임식 다음날에는 “미국민을 섬기게 돼 영광이다(honored)”를 ‘honered’라고 썼다.
트럼프 취임 후 미국을 방문한 첫 국빈인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에 관한 백악관 공식 스케줄에는 총리 이름을 ‘Theresa May’ 대신 ‘Teresa May’로 적었다. ‘Teresa’는 영국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포르노 배우 이름이다.
힐러리와 관련해서는 ‘말을 막 내뱉는 사람’이라는 뜻의 ‘헐렁한 대포’(loose cannon)로 쓴다는 것이 ‘lose cannon’이 됐고 루비오 보고는 ‘choker’를 ‘chocker’로, 크루즈 보고는 ‘shocker’를 ‘shoker’로 적었다. 이쯤 되면 막 가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우두머리가 그 모양이니 그 부하들 수준도 비슷하다. 트럼프 캠페인은 작년 공식 포스터를 만들면서 “어떤 도전도 너무 크지 않다”(no challenge is to great)라고 썼다 오타라는 항의가 들어오자 연방 의회 도서관에서 이를 철거했다.
명색이 명문인 펜실베니아 대학을 나왔다는 사람의 스펠링 수준이 이 정도인 것도 문제지만 도널드의 경우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잘못에 대해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다는 점이다. 영어가 대통령을 하나 잘못 만난 죄로 수년째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고 있는데도 속수 무책인 형국이다. 일찍이 프랜시스 베이컨은 “작문은 인간을 꼼꼼하게 만든다”는 말을 남겼지만 트럼프의 경우는 이런 엉터리 작문을 백번 해 봐야 전혀 꼼꼼해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하기야 날리는 트윗마다 거짓말이 태반인 점을 감안하면 스펠링을 가지고 시비걸만큼 한가한 상황은 아니지만 중학교 영어 시험도 패스하지 못할 이런 인간이 백악관에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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